2023년 한 해 정치권도 다사다난했다. 여야간 극단 대립 속에서 사상 초유의 일들도 벌어졌다. 격동의 한 해로 기록될 올해 정치부문의 주요 사건들을 10대 뉴스로 정리해 돌아본다. [편집자 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이달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국민의힘 선장 50세 검사출신 한동훈
내년 총선정국을 이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명됐다. 한 지명자는 26일 열리는 당 전국위원회에서 추천안이 의결되면 비대위원장에 공식 취임한다. 그동안 ‘한동훈 총선 역할론’이 정치권 안팎으로 계속 거론됐던 만큼 ‘신인 정치인’ 한 지명자가 이끌 국민의힘이 어떤 모습을 갖출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한 지명자가 1973년생으로 50세인 만큼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표심을 끌어안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집권당임에도 윤 정부 들어 세 번째 비대위 체제를 맞았다. 한동훈 비대위가 꾸려지면 주호영·정진석 비대위에 이어 세 번째로 비대위가 구성되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대선에 승리한 집권당이 대통령 임기 초반 23개월 중 절반에 달하는 11개월 동안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 거대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
20대 대선 전부터 불거졌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올해 들어 정점을 찍었다. 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의혹, 성남FC 의혹, 백현동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 4개의 사건으로 세 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2월 16일 위례·대장동 개발·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에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이후 검찰은 9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 대표는 24일 동안 이어진 초장기 단식을 종료한 뒤 법원에 출석했다. 하지만 검찰과 달리 법원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의 핵심으로 꼽히는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달 구속됐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 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650만원을 당내 의원 및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9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표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역대 처음으로 국회 통과
헌정사 처음으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지난 9월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해임건의안은 재적 295표 중 가결 175표, 부결 116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앞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잼버리 부실운영 논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에 책임을 물으며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화가 자리잡았던 1987년 이후 역대 국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헌정사상 첫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건 1966년 제6대 국회에서 정일권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1993년 황인성 전 국무총리가 12·12사태에 대한 역사관 논란으로 해임건의안이 발의됐다. 1994년에는 민주당이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 책임을 물어 이영덕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세 사례 모두 국회에서 부결됐다. 또 정일권(1964년)·김종필(1999년, 2000년)·이한동(2001년) 총리 해임건의안이 제출됐지만 처리시한 만료 등으로 폐기됐다. 가장 최근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논의된 것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때다. 당시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완구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했지만 이 총리가 자진 사의를 표명해 표결까지 가지 않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월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안 가결
올해 국회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야 3당이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93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9명, 무효 5명으로 해당 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장관 해임안 국회 통과도 윤 정부 들어 두 건으로 역대 최다에 해당한다. 지난해 이 행안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헌 국회 이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건 총 8건이다. 1955년 임철호 농림부 장관을 시작으로 1969년 권오병 문교부, 1971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후 김대중 전 정부 당시 임동원 통일부 장관, 노무현 전 정부 당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박근혜 전 정부 당시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전 정부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제출됐지만 모두 기한 경과로 폐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대통령 릴레이 법안 거부권 행사
윤 대통령의 ‘릴레이 거부권 행사’도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5월에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대통령 관련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총 네 가지 법안에 대해 세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들 법안은 국회로 넘어와 본회의에서 재투표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되면서 최종 폐기 수순을 밟았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9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대통령, 국회 청문보고서 동의 없이 지명직 임명 강행 최다
윤 정부 내각과 국회 간의 ‘힘 겨루기’도 팽팽했다. 특히 국회에서 장관 등 지명자 청문회를 연 뒤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음에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윤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장관급 후보자를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지난해 5월 취임 후 1년 6개월동안 20건에 달한다. 재임 기간을 감안하면 2005년 인사청문제도가 본격화 된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기한 내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경우 10일 안에 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재송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문 보고서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3건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 △문재인 정부 34건이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집권 2년차인 윤 정부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패싱한 채 강행한 인사 가운데 장관직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보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장관 장관 등이다. 장관 외 임명은 △김창기 국세청장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희근 경찰청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이원석 검찰총장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박민 KBS 사장 등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 35년만에 사상 초유 대법원장 공석…75일만에 해소
사법계에서는 35년만에 사상 초유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발생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4일 퇴임한 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당시 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 결과 총 투표수 295표 가운데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됐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인 부결된 건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75일만에 해소됐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면서 75일간 이어졌던 공백 사태가 해소됐다. 당시 임명동의안은 무기명 전자 투표에서 출석 의원 292명 중 찬성 264명, 반대 18명, 기권 10명으로 가결됐다.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은 공석이 길었던 만큼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남북관계 악화 심화
남북 관계는 북한의 전술핵탄두 개발과 핵무력 헌법 명기에 이어 군사정찰위성 발사까지 핵·미사일 ‘폭주’까지 더해지면서 단절·대치 양상이 심화했다. 올해 북한은 각종 미사일 발사, 무인기 도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연이어 시도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9·19군사합의를 약 3600회 위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올해 5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냉각된 남북 관계는 남북 연락채널까지 끊기며 꽁꽁 얼어붙었다. 북한은 4월 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양쪽 남북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해 현재까지 6개월 넘게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윤 정부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실효성 제고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한 억제·압박 강화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섰다. ‘원칙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 관계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3년 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국내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한미일 동맹 강화
한미일 동맹관계는 강화됐다. 윤 정부가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한국 대법원판결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면서 한일관계도 급속도로 달라졌다. 정부가 3월 발표한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방식이 골자다. 이후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단행했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한국의 맞대응 조치였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 등을 모두 취소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올해에만 7차례 열리는 등 셔틀 외교가 전면 재개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12년만에 국빈 방미에 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기존 안보와 경제뿐만이 아니라 사이버, 우주 분야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확대됐다. 또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는 등 핵위기 상황에 공동 대응을 하기로 했다. 한미관계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발판 삼아 한미일 협력 강화에도 탄력이 붙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초로 독자적인 정상회의를 열고 3각 안보 공조를 ‘가치연대’로 뭉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새만금 잼버리 파행·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
올해에는 대규모 국제 행사 관련 논란도 잇따랐다. 지난 8월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부실 운영과 부대시설 및 안전문제 등이 발생했다. 참가했던 일부 국가들은 잇따라 중도 퇴영하기도 했다.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에 첫날부터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했고 장마철에 내린 빗물이 빠지지 않아 곳곳이 진흙탕으로 변했다. 태풍으로 인해 8월 8일 참가자 전원을 중도 퇴영시키기도 하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 11월에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는 데 실패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내각은 국정과제로 채택했던 2030 엑스포 유치전에 총력을 다했다. 부산시, 여야 정치권, 공동유치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정부와 재계로 구성된 엑스포 유치위원회는 500여 일간 지구 495바퀴를 도는 등 전방위적으로 유치전을 펼쳤다. 하지만 11월 29일에 진행된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119표를 받으면서 유치지역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부산은 29표로 리야드가 얻은 표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