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김상훈 위원장 “재정 풀어 경기 살릴 수 없다면 기업에 과감히 주도권 줘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1 06:00

“새해 재정 긴축 상황서 기업인들 역할 굉장히 중요...법인세 인하·규제 완화 등 시급”



“경제 활성화 위해 투자기업 인센티브로 세액공제 대신 미국처럼 현금환급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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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재정을 풀어서 경기를 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업에 과감히 시장 경제를 이끌어 갈 주도권을 줘야 합니다."

김상훈(3선·국민의힘 대구 서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정부가 예산에 있어서 긴축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세입이 줄고 세출이 늘어나는 상황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경제가 어려우면 정부가 세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할 필요도 있지만 과도한 국가 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긴축 정책을 놓을 수 없으니 지금처럼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기업이 시장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맡기자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제33회 행정고시를 합격해 대구시청에서 관료 생활을 이어왔다. 특히 2006∼2010년에는 경제, 기업, 통상 부문의 국장 등을 맡으며 실물경제를 다뤄왔다.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대구 서구에 출마, 당선된 후 내리 3선했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총괄선거대책본부장, 비상대책위원 등을 맡으면서 당이 어려운 상황일 때 힘을 보태왔다. 원내에서는 4개의 상임위원회를 거쳤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타 상임위보다 전문성이 상당히 요구되는 기재위에서 활동하다 지난 9월 ‘경제통’이라 불리는 기재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상훈 기재위원장과 일문일답.

◇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안정자금 대출 거치기간 및 금리 조정해야"


- 새해 덕담 부탁한다.

▲ 올해는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이다. 국민들 모두 소망하는 바 순조롭게 성취하길 빌고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 재임한 지 3개월째인데 소회가 어떤지.

▲ 사실상 21대 국회는 종료가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을 비롯해 모두 총선 현장과 총선 분위기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나라 경제 수장이 교체되는 시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임으로 부임했다. 한국의 경제 현실이 굉장히 엄중한 시기다. 지표상으로 호전 기미를 보이기는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제 관료와 정책 당국들이 현장의 어려움과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정책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제팀이 됐으면 좋겠다.



- 새해 경제가 어떨 것 같은가.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자재·에너지가격 상승이 고물가·고금리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 역시 침체국면을 겪고 있다. 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미국 고금리 지속, 중국의 성장 둔화, 일본과 유럽의 침체는 내년에도 대외 여건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코노미스트에서 선진국 클럽이라고 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35개국 대상으로 지난 2022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근원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품목 변화율, 국내총생산(GDP), 고용 증가율, 주식 수익률 등 5가지를 기준으로 경제 성적을 채점했더니 그리스가 1위, 한국이 2위, 미국이 3위라고 보도했다. 세계가 다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경제 상황이 괜찮은 곳이 그리스, 한국, 미국이라는 의미다.

다행히 작년 3분기부터는 반도체 수출이 호전되면서 조금 괜찮아진 상황이다. 최근 역대급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자동차 산업도 친환경 자동차를 앞세워 성장이 지속되는 추세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세계 공급망 재편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개선한다면 실물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 민생회복이 현안이지 않은가.

▲ 지금 중산층 등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많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걱정되는 게 저성장 구조가 너무 장기화되면 불안하다는 점이다. 또 지금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상황도 굉장히 어렵다. 코로나 시기에 대부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경영안정자금 대출을 받았다. 금액에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7000만원, 5000만원, 3000만원 등 저금리로 자금을 구했는데 그 때 대출조건이 대체로 3년 거치·7년 분할 혹은 3년 거치·5년 분할 상환이다.

지난해 정부가 ‘코로나 엔데믹’을 선언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코로나 기간’이라 칭하는 기간이 3년 6개월 정도로 볼 수 있다. 즉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영안정자금 대출에 대한 원금 거치기간이 다 종료됐다는 말이다. 지금부터는 원금 상환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경기가 코로나 때보다 낫다고 볼 수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 이를 해결할 정부와 정치권의 묘수가 있는가.

▲ 내가 정부쪽에 요구한 게 있다. 코로나 시기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안정자금 대출의 원금 거치기간을 연장하고 금리도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안정자금 대출은 현재 변동 금리로 바뀌었다. 금리가 높아진 상태에서 원금까지 갚아야 하는 원리금분할상환 기간이 도래한 셈이다. 얼마나 힘들겠느냐. 장사가 예전보다 잘되는 상황도 아니고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즉각적으로 조치해야 할 게 원리금상환기간이 도래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안정대출의 원금거치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 희망자에 한해서 2∼3년이라도 말이다. 2∼3년 만 추가로 거치 기간을 연장하고 당분간 이자만 상환받겠다고 해야 한다.

금리의 경우 저금리에서 변동금리로 바뀐 걸 다시 고정금리로 번복하기 어렵겠지만 정부에서 강하게 메시지를 줘서 현재 상환해야 할 금리보다 이율을 낮춰야 한다. 이게 시급하고 중요한 내용이다. 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파악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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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 "韓 경제 성장엔진은 기업…여야, 법인세 완화 등 조세 정책에 머리 맞대야"


- 한국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성장엔진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더 성장하려면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가 내놓은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2%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썩 낮지는 않은 성장률이다. IMF 총재는 한국 경제 성장률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라고 말했다. 한국의 올해 경제 성적과 내년 경제 성장률을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현재 대한민국은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교역으로 먹고 살 수 밖에 없다. 전체 경제의 90%를 대외교역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출신장이 절대적인 과제다. 그래서 정권 차원에서 서운할 수 있지만 대(對)중국 교역관계 복원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업 규제완화의 경우에도 기업 활동에 장벽이 되는 걸 걷어내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여러 가지 장애에 차단돼 있다. 이제는 규제완화에 과감하게 시동을 걸 때가 됐다고 본다.



- 기업 규제완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가.

▲ 국회에서도 여야가 기업에 부담되는 조세 정책 등 부분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2022년 새로운 정부의 첫 조세 관련 정부 입법안이 법인세 인하였다. 당시 정부안은 법인세 최고세율 기준 25%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22%로 낮추자는 것이었다. 내용을 보면 사실 인하가 아닌 법인세 복원이다. 하지만 최고세율을 비롯해 각 과세구간별로 1%포인트 낮추는 것에 그쳤다. 최고세율 기준 24%로 낮아진 것이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전 정부에서 법인세를 최고 세율 기준으로 했을 때 3%포인트(22%→25%)를 올렸다. 그 세율은 OECD 국가로 볼 때 상당히 높은 세율이다. 법인세는 다른 나라에서도 인하하거나 경감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 흐름에 비춰보면 가능한 법인세 인하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59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있지만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세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경험도 했으니 기업들의 여러 가지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기업은 부자인데 왜 세금을 깎느냐’는 ‘부자감세’ 인식도 전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업은 부자라기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현재 자신이 가진 자본을 투자해서 고용을 창출하는 소중한 경제 주체다. 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경제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정부와 정치권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에너지·교통 등 공공요금은 물론 금융·통신·제조업 등에 대한 당국 개입 및 규제 입법 추진 등이 그 사례다. 일부 횡재세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자유시작 경제를 표방했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 10여년 전 한국은 고성장을 했고 잠재성장률이 5∼6%대였기 때문에 시장 개입을 하지 않아도 경제활동이 원활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정부가 경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가며 조정하고 있다. 시장에 힘이 없으니 정부가 도와줘야 할 곳들이 있다. 무작정 개입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법인세 인하는 현실적으로 여소야대 현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보기 어렵지 않은가. 그렇다고 집권당에서 내년 총선 때 법인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어려울 것 같다.

▲ 문재인 전 정부 시절 갑자기 올린 ‘법인세 3%포인트’는 지금도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도 있었다. 제조업 탈(脫)중국 현상이다. 중국에 투자했던 외국 법인들이 탈중국을 결심하면서 대만과 한국을 차기 투자 대상 국가로 꼽았다. 우리나라가 외국 법인들의 투자 대상 선택지로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시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세금이다. 외국 법인 입장에서는 법인세를 경감해야 ‘투자유치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으로 가야 좋은 게 아닌가’ 하고 판단한다. 반대로 외국에 나가있는 한국 법인이 유턴할 때에도 법인세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 "2024년 예산안 ‘고육지책’…美 IRA법 등 투자유치 변화 흐름 민감하게 봐야"


- 우리 정부는 예산에 대해 긴축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세수는 줄고 재정지출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세입을 늘리든 세출을 줄이든 해야 하지 않은가.

▲ 2024년도 예산안 총 규모가 작년 본예산보다 2.8% 올랐다. 이같은 증가율로 보면 지난 2005년도 이래 가장 낮은 세출 편성이다. 이번 정부 예산안 편성은 고육지책(苦肉之策)인 것 같다. 경제가 어려우면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국가 부채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긴축이라는 재정정책 방향을 세출예산 편성에 담은 것 같다. 가능하면 포퓰리즘(인기영합)적인 세출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전제로 마련됐다. 국가채무가 400조원 넘게 늘었으니 그 부분도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입장에서 편성한 것 같다.

지금 재정지출 크게 늘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국정을 운영하기 매우 어려워보인다. 정부가 재정적으로 경제 운용을 하기 어렵다면 과감하게 기업에 주도권을 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법인세 완화를 언급했다. 그런 면에서 새해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 역시 돈으로 안 되더라도 제도적으로 규제를 더 완화할 게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민간 영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민간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완화 등 지원이 더디다는 비판도 나온다.

▲ 그렇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을 보고 놀랐다. 보통 우리나라는 전략 산업에 투자할 때 세액공제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에 익숙한 나라다. 미국은 현금환급, 즉 투자를 실행해주는 그 단계에서 세액공제해 줄 금액을 미리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상당히 파격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한 대기업이 미국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치자. 여기에 동반하는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 기업들은 IRA법 등을 비롯해 현지에서 현금환급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다음 투자를 결정할 때에도 현금환급이 가능한 나라에 가서 공장을 짓겠다는 식으로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너무 전통적인 투자유치 지원이나 세액공제 지원에만 머무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득이하게 세수펑크 때문에 현금환급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우리와 중요한 교역 대상국인 미국이 IRA법을 먼저 선제적으로 운영한다는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 우리 기획재정부나 정책당국에서도 투자유치 인센티브 제도의 국제적인 환경이 달라졌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 재정준칙 도입 등이 미뤄지는 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재정준칙은 방만한 재정운용을 방지하기 위한 ‘룰 세팅’이다. 적어도 이 정권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재정준칙이 시급하지 않다고 본다. 이 정권은 방만하게 재정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해 예산을 전년보다 2.8%만 올렸고 정권 내내 이 기조를 유지할 거라 걱정이 없다.

다만 정권이 바뀔 경우 특히 포퓰리즘적인 예산 편성으로 표를 모으는 데 익숙한 정권이 다시 들어온다면 그 때는 재정준칙의 룰 세팅이 반드시 필요하다. 포퓰리즘적 예산 편성의 폐해는 당대 국민들은 느낄 수 없다. 왜냐하면 방만한 예산 편성을 위해 발행한 국채는 20년 이후 상환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 국가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쓴다는 건 당대의 국민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20년 후 자식 세대들이 갚아야 하는 숨겨진 빚이란 뜻이다.

올해 말에도 1인당 갚아야 할 나랏빚이 2200만원으로 늘었고 2060년이 되면 1억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아무래도 우리가 자식들한테 빚을 물려줄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포퓰리즘적인 재정운용을 방지하는 룰 세팅이 반드시 필요하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운동권 퍼주기법’이라 불리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재정준칙 통과도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정부가 사회적 기업의 생산 재화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주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 예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단체와 조직들이 많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재정준칙 논의를 정치적 거래수단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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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 "공약은 국민세금…국회, 선심성 공약 남발 않도록 경각심 가져야"


- 새해는 ‘총선의 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심성 공약이 홍수를 이룰 수 있다. 그러면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시장 질서를 더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쉽지 않지만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기재위와 기재부가 협력해 정치권에 관련 제안할 방안은 없는가.

▲ 선거를 치루다 보면 선심성 공약이 남발될 수 밖에 없는 정치 환경에 놓여 있다고 보여지는데 그럴수록 해당 부처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어떤 내용이든지 공약 자체가 사실상 결국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실행 단계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등 시스템을 거쳐 검증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져야 방지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우리 국회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경제 부총리 시절 수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도 기재부가 당시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거센 재정 지출 확대 압력을 받았다. 이 때 기재부나 경제 부총리의 ‘재정 파수꾼’ 기능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정 정책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 정책 수단이고 그 효과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재정안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재정안정을 위한 정치권의 의지가 별로 강해 보이지 않고 노력도 뚜렷하게 엿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는데.

▲ 지금 제도적으로 방만 재정운용의 마지막 보루는 기재부다.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다. 예산 편성권이 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또 국회에서 감액하는 건 자유롭지만 증액할 때는 반드시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기재부가 이런 부분에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홍 전 부총리도 마지막에만 ‘이건 곤란하다’고 말한 게 전부다. 끝까지 반대한 것도 아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정권 여하를 불문하고 기재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 상속세와 증여세 문제가 최근 논의되는 데 가업(家業) 상속만 언급되고 일반 상속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는 듯 하다.

▲ 우리나라 상속공제금액은 10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한부모 가정에서는 일괄공제제도가 5억원이다. 지난 정부를 기점으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대부분 가정에서 상속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큰 부자가 아니라면 상속세가 전혀 없다. 부모 한 사람당 상속 금액이 1170만 달러, 약 153억원 그리고 부모 합산시 2340만달러, 약 306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른 국가 사례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참고할 필요는 있다.

OECD는 상속에 관대하다. 일부 상속세 자체를 없애려는 국가들도 있다. 우리는 상속세 부담이 과중한 국가 중 하나다. 이 부분에 대해 세수 관리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많지만 가능하면 조세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다른 나라 하고 비교를 할 때 우리가 과도한 세부담이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면 조세부담 경감을 과감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 개편 방향에 따라 조세 저항이 거세질 수도 있고 국세수입이 줄어드는 부담감도 있다. 개편 논의가 필요하지만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의 상황과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충분히 고려해 정비해야 한다.


◇ "앞으로 국내 경제 이끌 최상목 호(號) 기재부, 현장 어려움 담아 새로운 대안 제시 기대"

- 기재위는 기재부와 한국은행을 소관으로 두고 있다. 두 기관은 불가원불가근(不可近不可遠) 관계다. 정부와 한은 관계가 합리적으로 작동한다고 보는지.

▲ 비교적 합리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각자 서로 역할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한은은 비교적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기관으로서 통화정책을 시의적절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두 기관이 상호·공조 체제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사이클이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 기재부의 정책 조정 능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약화된 것 같다. 대통령실의 정무적인 정책 조정 개입이 커서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최근 정책실까지 만들었으니 기재부 기능이 더 위축되는 게 아닌가.

▲ 기재부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거시경제·경제 정책·금융·세제·예산을 아우르며 민간과 시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마련하고 지난 정부의 확장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정책실은 참여정부 때 신설돼 계속 이어져 오던 것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됐다가 다시 생겼다. 정책실은 내각과 당의 정책 조율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기구일 뿐 기재부 기능을 위축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 앞으로 국내 경제를 이끌 최상목 경제 부총리 호(號)의 기재부에 대해 기대는 무엇인가.

▲ 지금 현재 기재부에 맡겨진 중요한 소명 중 하나가 긴축예산 편성의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닥쳐있는 고용 창출, 금리 문제, 주식시장 활성화,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 기업이 경영 활동에 정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되는 정책적 지원들이 시급하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단순히 ‘전임 정부와 우리는 이게 달라’ 하는 포인트는 이미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실제 현장에서 애로를 겪는 상황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새로운 대안을 낼 수 있는 정부가 돼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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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 "조세 간소화, 어렵지만 맡겨진 과제…현장 맞춤형 대안 없이 총선 승리 어려워"

- 세제는 일반 국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세제가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는 의견이 많다. 간소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세금의 종류에 따라 세법이 각각 다르게 규정돼 있는 게 많다. 이걸 하나씩 건드릴 때마다 조세조항이 있다 보니 생각 만큼 쉽게 법을 뜯어 고치기가 어렵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도 증여세와 법인세 등 개편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 또 정부는 국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민감한 부분이다. 세법 정비 자체가 굉장히 쉽지 않은 과제인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와 정부가 상의해서 과세 대상을 정해 과세하고 징수하는 그 과정이 단순 명료화할 필요는 있다. 이건 앞으로 맡겨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 세제를 복잡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조세특례제한법을 누더기로 만들었기 때문 아닌가. 조세 특례를 줄이는 일은 정부와 정치권이 누차 다짐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당장 무분별하게 연장되는 각종 세제의 일몰 기간부터 종료해야 하는 게 아닌가.

▲ 조세특례제한법은 조세 감면을 통해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고 과세를 공평화하기 위한 특례를 규정하는 세제다. 무분별하게 연장되고 있는 조세 특례가 있다면 일몰 기간을 종료해야 한다. 하지만 분야나 시기, 업계의 상황에 따라 특례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적절한 조세 특례로 취지에 맞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도 있다. 다만 조세 감면 효과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한 분석과 함께 다양한 논의를 나눌 필요가 있다.



- 일자리 늘릴 방안이 있을까.

▲ 그 수수께끼를 풀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웃음). 아까 말한대로 기업들의 규제를 풀어주면 기업 활동이 왕성해지는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 등을 살펴봐도 그렇다. 주 52시간제 등에 따르면 기업의 일거리가 늘어날 경우 근로자를 더 채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생각한다면 기업 활동을 촉진해주는 여러 가지 정책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책이 가장 선결돼야 될 과제다.



- 대구시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고위 관료를 지낸 뒤 대구 서구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내리 3선했다. 현지 새해 민심이 어떤가.

▲ 동료 의원들과 걱정하는 게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중산층 서민들이 겪는 현재 여러 가지 애로상황이다. 경제적 활동이나 그 분들이 기대하는 소득 등이 미흡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불만이 쌓이는 그런 상황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민심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가능하면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적절한 대안을 내놓을 때 선거도 제대로 치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 =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 = 오세영 기자
사진 = 유병욱 기자

■ 김상훈 위원장 프로필

◇약력

△1963년 대구 서구 출생 △영남대 법학과 학사·오리건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 합격 △2006∼2010년 대구광역시 경제산업국장·기업지원본부장·경제통상국장 △제19·20·21대 국회의원(대구 서구) △국회 산업통상자원·보건복지·국토교통위원회 위원 △2014∼2015년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2016∼2020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2018년 자유한국당 대구광역시당 위원장 △2020년 자유한국당 총선 중앙 공약 개발단장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수석부의장 △2020년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 위원장 △2022년 제21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2022∼2023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2023년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 전원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2023년 제21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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