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무상감자 나선 기업 전년比 20% 증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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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지난 26일까지 감자를 완료했다고 공시한 기업 (코넥스 제외)은 총 23개사, 공시건수는 2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9개사(20건) 대비 21.05%가 증가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국내 기업들 중 경영환경이 악화 되면서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감자에 나선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 등으로 인한 자금난 까지 더해지면서 한계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자기업 23개사… 대부분이 재무구조 목적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연초 이후 지난 26일까지 감자를 완료했다고 공시한 기업 (코넥스 제외)은 총 23개사, 공시건수는 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업 기준으로 지난해 19개사(20건) 대비 21.05%가 증가했다.

해성옵틱스는 지난 21일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80% 비율의 무상감자가 마무리 됐다고 공시했다. 혜성옵틱스는 지난 2020년 1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올해 들어 2분기와 3분기 흑자를 냈으나 3분기 말 기준 결손금은 1039억원에 달한다. 이는 자기자본(433억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며 자본잠식률은 31.9%에 달한다. 즉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감자를 결정한 것이다.

아이오케이도 지난 18일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95% 비율의 감자를 마무리 했다고 공시했다. 아이오케이 역시 3분기 말 기준 결손금이 1530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1320억원) 대비 210억원이 늘어난 것이며 자기자본(732억원)의 두 배다.

이외에도 스킨앤스킨과 장원테크, 비디아이, 엔터파트너즈, 녹원씨엔아이, KH 전자, 케이바이오, 시티랩스, 디에스앤엘, 지티지웰니스, 리더스 기술투자, 비케이홀딩스, 상상인인더스트리, 에이프로젠 H&G, 일월지엠엘,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 대부분의 기업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를 완료했다. 다만 크레버스와 세종텔레콤, 원익피앤이, 커넥트웨이브는 재무개선보다는 재무적 리스크와는 거리가 먼 주식 소각 등으로 감자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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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비중 추이.


◇ 기업 자금난 심화… 한계기업 늘어나나


상장사들의 감자가 이어진 이유는 실적 저하 및 자금난이 이유다. 특히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늘고 있고, 이익 성장 또한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계기업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IBK기업은행이 발표한 ‘2023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 중 은행을 통한 차입여건이 전년대비 부진하다고 답한 비율은 26.7%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17.6%에서 2020년 22%, 지난해는 23.4% 순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금리상승과 대출한도 축소, 담보요구 증가 등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은행을 통한 자금 수급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한계기업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박상태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지난 7월 열린 ‘2023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2018년 13.2%에서 올해 22.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충격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업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박 이사는 한계기업의 여신 규모는 2018년 105조원에서 올해 135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연구소도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하회하는 취약기업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한계기업의 비중이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면서 2022년에는 14.4%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기업 위기론은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실제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태영건설은 장중 20% 이상 하락하며 주가는 2500원 선이 무너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도래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외에도 국내 지방 건설사들의 위기론이 확대중인 상황이다.

한계에 내몰리다 파산까지 이어진 기업들 수도 증가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파산 신청 건수는 103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52건)보다 54%가 늘어난 수치며 작년 전체 파산 신청 건수(1004건)를 넘어선 수치다.

박대준 삼일PwC 딜 부문 대표는 "기업 경영 정상화와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제적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현재의 기업활동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유동성 및 운전자본 확보와 부채규모 축소를 위한 자산매각, 기업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aperkill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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