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서울·수도권 전면 규제에 대출길 좁아지고 세금 압박 커져…실수요자 ‘긴축의 시간’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 대상 공공주택 ‘뉴홈’ 올해부터 본격 확대
“은퇴자는 종부세, 청년은 대출…이젠 ‘감당 가능한 집’이 생존 전략”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정부가 15일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전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고가주택 대출 한도가 줄고, 전세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대출 규제가 강화된 시기에 조급하게 매수에 나서는 것은 독이 된다"며 “버는 집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같은 고가 지역으로 진입하기보다, 출퇴근이 편하고 생활 기반이 안정된 곳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전세대출까지 DSR에 포함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내 집 마련을 시도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는 당장의 매수보다 정책형 금융상품과 공급제도를 활용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시장을 지켜보면서 가계 재무 구조를 점검하고, 감당 가능한 수준의 대출 한도를 계산해 두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 확대에 들어간 '뉴홈(New:Home)'은 이런 실수요자들을 위한 장기 모기지형 공공분양·임대 제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한 정책으로, 분양가는 시세의 70~80% 수준이며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장기 저리(연 1.8~2.4%) 모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
뉴홈은 분양 중심의 '나눔형', 6년 임대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한 '선택형', 기존 공공분양과 유사한 '일반형'으로 나뉘며,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우선공급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됐다. 기존 임대 중심의 공공주택과 달리 '자가 전환형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정부의 핵심 실수요 정책으로, 올해부터 공급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최 교수는 “이런 제도들이 본격화되면 실수요자들도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정부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기다리면서 장기적인 주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해서 대출받기보다 월세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택해야 한다. 집을 소유하는 속도보다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착에도 경고를 보냈다. 최 교수는 “강남권 재건축 입주민들도 분담금과 종부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가 아니라 '괴로운 한 채'가 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세법 개정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다시 높아지고, 1주택자 공제 기준금액이 12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환원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에서 80%로 복원되면서,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종부세 산정 기준이 강화된 셈이다. 시세 20억 원대 아파트의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연간 보유세가 통상 수백만~1000만 원대에 달하고, 고가 단지나 다주택자는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다. 안정적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중산층 직장인은 세금과 대출 상환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가주택이 더 이상 '안정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최 교수는 “소득 대비 세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에서 직장인이나 은퇴자까지 강남 고가 아파트를 유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강북이나 수도권 대단지처럼 실거주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명, 철산, 이문동 등 교통이 좋고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은 실거주 만족도가 높고 장기 거주에도 유리하다"며 “이제는 어디가 오를까가 아니라 어디서 오래 살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집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지역 간 격차보다 개인의 재무 여건이 더 중요해졌다. 가족이 편히 살 수 있는 집,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이 진짜 내 집"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번 대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정부는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시중 유동성을 산업·금융 부문으로 돌리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기반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시장 규제가 강화될수록 집을 사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그는 “무주택자와 청년층은 남들이 얼마 벌었다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찾아야 한다. 출퇴근 거리, 세금, 관리비까지 따져본 뒤 내 가족이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고르는 게 진짜 전략이다. 그것이 '뉴홈형 첫 집 전략'의 핵심이자, 지금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