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40% 인상·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에도 누적적자 ‘눈덩이’
자회사에 3조 2천억 중간배당 받아 내년 채권발행 위기 넘겨
국제유가·전쟁 등 변수 지속…2026년 한전 정상화 차질 우려
▲한전 본사 사옥.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위기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주까지 발전자회사들로부터 3조 2000억원을 긴급 수혈 받아 내년 채권발행 한도초과 위기를 넘겼으나 누적적자를 해결하는 게 아닌 빚으로 막는 상황을 연장했을 뿐이다. 올해 4분기까지 포함한 한전의 누적적자는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을 포함한 누적부채도 200조가 넘어 하루 이자만 70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1년 새 전기요금을 40%나 올리고 자산매각, 임금동결, 자산매각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음에도 적자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2월 기준 한전의 채권 발행액은 80조 1000억원이며 자본적립금(20조9200억원)의 5배수인 발행한도는 104조 6000억원이다.
그러나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액이 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내년부터 한전의 자본적립금은 14조 9200억원으로 줄어들고, 채권 발행한도도 74조 6000억으로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다행히 한전이 자회사로부터 3조 2000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받아 자본적립금이 18조1200억원로 상승해 내년 채권발행한도는 90조 6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1분기에 전기요금 인상 없이 10조원의 추가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난방 전력수요가 많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데다, 대대적인 송배전망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내년 상반기 중 다시 자금경색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도 11조 4300억원 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해 전기 구매 대금, 시설 유지·보수·투자비 등으로 썼다.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추세에도 한전의 재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평가된다.
한전이 올 초 작성한 중장기 재무계획 상에는 2026년까지 재무정상화를 위한 국제유가를 배럴당 82.8달러 수준으로 상정했다. 다만 상반기 70달러대까지 내려가면서 안정세를 보였던 유가는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올라 배럴당 90달러를 넘었으며 지금도 8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 겨울 유럽의 날씨에 따라 더 오를 여지도 남아 있다.
원·달러 환율도 1년 내내 1300원을 상회해 한전이 전제한 1270원보다 높았다.
그동안 한전은 올해 4분기에 kWh(킬로와트시)당 최소 25.9원 인상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산업용만 kWh당 10원 수준 올리는데 그쳤다.
너무 적은 폭의 요금인상이 이뤄진 결과 자회사들로부터 중간배당을 급하게 요구하게 된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유지되면 한전이 전기요금을 더 올리지 않아도 내년부터 본격적 수익을 내기 시작해 누적 적자를 점차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물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유럽의 날씨라는 변수도 있어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연료비뿐만 아니라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요금인상이 있어야만 2024년부터 연간 영업이익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당장 중간 배당을 받아 연말에 사채발행한도를 조정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내년 추가 자금 조달은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다시 해법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공기업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에너지 요금은 많이 반영이 못 되면서 그 시차 때문에 상당한 적자가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자구 노력을 계속해 가면서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라 요금 현실화를 통해 재무적으로 개선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희망퇴직, 영업망 광역화 등 추가 자구안도 추진 중이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