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대비?...‘상생금융’ 전담부서 꾸리는 은행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9 10:24

하나금융, 상생금융지원 전담팀 신설

하나銀,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 설치

신한銀, 상생금융기획실 격상...상생금융부 신설



지난주 2조원 규모 이자환급 발표

정부 ‘상생금융’ 요구 안 끝났다 인식

은행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시중은행들이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최대 300만원의 이자를 돌려주는 내용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연말 조직개편에서 상생금융 관련 부서를 속속 신설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은행권을 향한 상생금융,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현재 정부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상생금융부를 새로 꾸려 상생금융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취약계층, 소상공인, 청년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그룹ESG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룹의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 역시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를 새로 꾸렸다. 해당 센터는 상생금융 통합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격상시킨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상생금융부는 신한금융지주의 상생금융 활동을 지원하고, 실행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신한은행은 상생금융부를 통해 ESG 관련 프로젝트와 중장기 관점에서 사회공헌사업들을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KB금융지주는 기존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KB금융은 "사회 공헌 활동을 넘어 소상공인, 서민 등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금융, 비금융 모델을 구축,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역시 기존 ESG본부와 ESG기획부를 각각 ESG상생본부, ESG상생금융부로 재편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부터 상생금융부를 새로 꾸려 금융소외계층 전담 상품과 서비스 지원에 주력하고 있으며, 우리금융저축은행도 4월부터 상생금융부를 신설해 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늘리기 위한 채널을 확충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연말 조직개편에서 상생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정부의 상생금융에 대한 요구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은행들은 지난주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납부액의 90%(감면율)를 지급하는 내용의 총 2조원 규모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내놨다. 4% 초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이자환급(캐시백)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은행들은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내년 2월부터 이자환급 지원을 개시해 3월까지 최대한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20개 사원은행은 21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이승열 하나은행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서호성 케이뱅크은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박우혁 제주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중간 왼쪽부터)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이사, 고병일 광주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아랫줄 왼쪽부터)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강신숙 수협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은행권은 1조6000억원 규모의 이자환급과 함께 남은 4000억원을 활용해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폭넓게 지원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전담 부서를 신설해 체계적인 상생금융 방안을 수립하고, 정부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연말 조직개편에서 상생금융 활성화,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상생금융팀을 새로 꾸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은행권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아 상생금융에 대해 은행권이 스스로 예측하고,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올해만 해도 은행권이 연초에 상생금융을 발표하면서 관련 요구가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말에 다시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이러한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일 은행권의 상생금융 방안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2027년 대선 때도 (은행권을 사금고처럼 사용하며)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은행권의 실적이 올해 최대치를 찍고 내년부터 둔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사회공헌에 대한 요구가 오랜 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사회에는 은행권이 돈을 잘 버는 것은 좋은 게 아니라는 시각이 만연해있다"며 "오히려 올해처럼 실적이 잘 나왔을 때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나 사회공헌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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