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마이다스 유증 과정에서 800원짜리가 10원으로
SM그룹의 기업인수…소액주주 피해 컸던 선례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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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제지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국일제지가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인 회생계획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현재 구속 중인 최우식 전 대표는 회사 지분을 잃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주식도 큰 폭의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SM그룹이 대규모 유증을 통해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일 국일제지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최우식 전 대표가 지분 7.85%로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최 씨는 기업 회생 신청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결국 이번 공시는 일시적인 최대주주 변경이다. 최 씨는 곧 지분 전부를 소각해야 한다. 지난달 22일 서울회생법원이 국일제지의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했기 때문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국일제지는 무상감자와 출자전환, 주식병합,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삼라마이다스를 새로운 최대주주로 맏이할 예정이다.
먼저 국일제지는 지난달 26일 기존 최대주주 최 씨의 주식 전량 726만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때 국일제지의 최대주주는 지분율이 0%가 된 최씨를 대신해 지분율 2.34%의 J사로 바뀌었다.
하지만 곧바로 최 씨가 보유하고 있던 국일제지의 채권을 출자전환해 주식으로 바꾼다. 발행 신주는 약 1025만주지만, 국일제지는 최 씨의 지분을 1/5로 재병합해 약 200만주의 신주만 발행할 예정이다. 곧바로 납입이 이뤄지면서 이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이 이날 공시된 것이다.
이제 국일제지는 두번째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바로 삼라마이다스를 대상으로 한 증자다. 투입되는 자금은 1005억원이다. 이 유증은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결정타다. 100억주가 넘는 신주를 주당 100원에 새로 찍어내기 때문이다.
납입일은 오는 9일이다. 신주 상장은 오는 9일로, 상장이 완료되면 삼라마이다스는 국일제지의 지분 90%를 확보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지분율은 기존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사실상 10의 1로 무상감자 당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게다가 신주 발행가격이 100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주들로서는 불리하다. 현재 국일제지는 주가 800원에 거래 정지 중이다. 100원짜리 신주가 90% 유입된 상황에서 거래가 재개되면 주가도 그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라마이다스의 유증 참여에 따른 지분 희석(1/10)과 주가 하락(1/8)을 반영한다면 800원짜리 국일제지 주식 1주는 10원이 된다.
심지어 이마저도 못건질 확률이 높다. 아예 회사가 상장폐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M그룹이 인수했던 엘아이에스가 결국 증시에서 퇴출된 선례가 있다.
지난해 SM그룹 계열사인 신화디앤디에 인수된 엘아이에스에서도 이번 국일제지와 마찬가지로 감자와 증자를 거쳐 기존 주주의 지분 줄이기 작업이 진행됐다. 76%가 넘던 엘아이에스 소액주주 지분율은 인수 뒤 7%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도 결국 엘아이에스는 지난달 상폐됐다.
한편 SM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딜로 얻는 것이 많다. 국일제지는 적자 누적으로 이익결손금이 126억원 쌓였지만, 자본잉여금이 304억원에 달해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자산 총계는 1280억원에 달하지만 부채는 모두 합쳐도 789억원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기업에 비해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가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M그룹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매물을 찾아 아주 좋은 조건으로 인수까지 성공한 것"이라며 "하지만 기존 국일제지 주주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대부분 날리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