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파장 '이제 시작'...새해 가계부채·PF 리스크 계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1 08:29

정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시장불안 확산 방지

2금융권 PF 부실화 우려...OK캐피탈 신용등급↓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 고금리에 채무상환능력↓

"가계부채 부실화 대비 민간소비 촉진 강구해야"

태영건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갑진년인 2024년에도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됨에 따라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로 차주의 채무상환부담이 늘고, 관련 신용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2024년 우리나라 경제에 가계 및 기업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불똥 튈라...정부 ‘시장안정’ 총력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시장 및 건설 산업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협회, 주요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태영건설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한도 축소, 추가 담보 요구 등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금융사는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피해가 예상되는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통해 1년간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시장안정조치를 운영하고 있는데, 필요시 추가 확대해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계획이다.

특히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PF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OK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영업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PF 관련 대출의 건전성이 저하됐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회사의 작년 9월 말 기준 부동산PF 관련 대출은 1조5487억원(본PF대출 3305억원, 브릿지론 1조2182억원)으로 영업자산의 55.1%를 차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PF 관련 대출 가운데 중순위, 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은 점도 부담"이라며 "9월 말 기준 브릿지론과 본PF대출의 중순위, 후순위 비중은 각각 76.7%, 96%이며 본PF대출의 분양률 60% 미만인 사업장 비중은 46.1%로 준공리스크와 분양리스크가 내재됐다"고 진단했다.


◇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전문가들 "대출 부실화 유의, 소비 진작 집중"


가계신용

▲가계신용 잔액 추이.(자료=한국은행)


가계부채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점도 새해 우리나라 경제에 불안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875조6000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0.8% 늘어 2분기(+0.4%)에 비해 증가 폭이 커졌다. 항목별로는 가계대출이 1759조1000억원으로 93.8%를 차지한다. 나머지 6.2%는 재화나 서비스 판매자가 제공하는 외상거래인 판매신용이다. 주택구입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특례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정책자금 공급이 늘면서 전체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의 빚이 계속해서 늘면서 3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 기준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추정치)은 227.0%까지 높아졌다. 가계와 기업의 빚이 GDP의 약 2.27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는 2분기 말(225.7%)보다 1.3%포인트(p) 높은 수치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한국은행은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에서 "부동산PF 등과 관련한 유동성 및 신용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한계기업 및 취약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민간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나 세제혜택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초부터 민간소비가 늘지 않을 경우 2024년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경기가 하강 국면이고,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유지됐을 때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며 "최근 금융사를 중심으로 PF 대출과 같은 위험대출 부실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가계 및 기업대출 부실화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초에는 새학기를 앞두고 노트북,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인데, 정부가 다양한 행사나 세제혜택을 마련해 상반기 민간소비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며 "연말에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연초에 개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민간소비를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2024년도 경제성장률 수치가 안 좋게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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