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향한 임종룡式 스텝...핵심 부상한 우리종합금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5 06:00

우리종금, 4월께 여의도 증권가 본사 이전

우리금융, 5천억 출자...자기자본 1조원대

PF 리스크 확산, 증권사 매물 가능성 커져

우리종금, 증권사 직접 인수 선택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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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취임 2년차를 맞이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올해는 그룹의 오랜 숙원이었던 증권사 인수에 대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우리종합금융을 대상으로 자본 확충, 본사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증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우리종합금융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리종합금융, 4월 15일 여의도로 본사 이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4월 15일 우리종합금융 본사를 현재 서울 중구 소공로의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서울 여의도 증권가로 이전한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상반기 중 여의도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4월 15일 이전하는 내용이 공유됐다는 전언이다.

우리종금 본사를 여의도로 이전하면 증권사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인력 교류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종합금융이 위치한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는 우리에프아이에스 인력들이 배치된다. 우리금융은 우리에프아이에스에 위탁하던 주요 IT 개발 및 운영 업무를 우리은행, 우리카드가 직접 수행하는 ‘IT 거버넌스 개편’을 추진 중이다. IT 개발업무를 각사가 내재화해 IT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 니즈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우리금융 측은 "우리에프아이에스 인력은 서울 상암동 소재 본사와 우리금융디지털타워 등으로 배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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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종합금융.


본사 이전과 함께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5000억원을 투입해 우리종합금융의 자기자본을 1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우리금융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리종합금융 주식 5억864만6999주를 5000억원에 취득했다. 해당 증자로 우리종합금융의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우리금융이 우리종합금융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임종룡 회장의 증권사 인수 염원과 일맥상통한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 보험사 인수를 추진 중인데,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나오지 않아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특히 우리종합금융은 발행어음, CMA 예탁금, 무역어음 할인, 유가증권 인수 주선, M&A 등 위탁매매(브로커리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 업무를 영위하고 있어 그룹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할 때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 창출이 용이하면서도 리테일 기반의 중형급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이 가운데 우리종합금융을 여의도로 이전하는 것은 그만큼 증권사 인수에 대한 우리금융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 우리종금 '자기자본 1조원대', 한층 많아진 선택지


업계에서는 우리종합금융의 자기자본이 1조원대로 올라섰다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종합금융의 덩치가 커진 만큼 우리금융그룹 차원이 아닌, 우리종합금융 자체적으로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것보다, 1조원대의 자기자본을 토대로 우리종합금융이 직접 증권사를 인수하고,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종금의 유상증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본완충력을 제고하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이 112%로 100%를 상회하고, 부동산금융 가운데 브릿지론 비중은 약 50%로 높은 수준이다. 브릿지론의 대부분이 중순위, 후순위인 점을 고려할 때 PF의 양적, 질적 위험은 동일 신용등급의 증권사보다 높다는 평가다. 이번 우리금융지주의 증자로 우리종금 PF를 둘러싼 자산부실위험이 사라졌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자본완충력 제고, IB 위험인수능력 개선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진단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PF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한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이 갈수록 PF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우리금융이 현재 우리종합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PF 문제로 흔들리는 증권사를 인수하기 위한 사전작업인 셈이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종금 라이선스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PF를 중심으로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현재는 PF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종금 입장에서는 한정된 자본을 토대로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종금은 자기자본이 1조원대로 커졌기 때문에 우리금융그룹이 아닌 우리종합금융 자체적으로 중형사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면 우리금융에서 인수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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