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고·518민주묘지·김대중컨벤션센터 등 발길
최근 연이은 정치테러·살해협박 속 '삼엄 경호'
한동훈 "헌법 전문 ‘5·18 정신’ 수록 적극 찬성"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며 지역 당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 위원장은 ‘중원’ 대전에서 시작해 ‘보수텃밭’인 대구를 방문한 뒤 세 번째로 ‘험지’ 광주로 향하는 전국 순회 일정을 보였다. 호남 민심 잡기에 시동을 거는 행보이기도 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장동혁 사무총장, 이용호 의원, 박은식·김경율 비대위원과 광주를 방문해 광주제일고, 5·18민주묘지,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들렸다. 항일학생독립운동과 5·18 민주화운동에서 나타난 ‘광주 정신’을 높이 평가하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자 보수정당의 불모지로 꼽히는 호남의 민심에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한 4일 광주제일고 앞에서 경찰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대열을 갖추며 경호를 하고 있다. 사진=오세영 기자 |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에서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내린 뒤 경찰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언론에는 한 위원장이 역사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면서 수십 명의 경찰에 에워싸인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한 위원장의 광주 일정에는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 약 280여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이에 더해 5개 경찰서 정보과 등 경찰 인력도 경호에 나섰다.
첫 행선지인 광주제일고 광주 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는 경찰 30여명이 각각 10m 가량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대열을 갖춰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국민의힘 당직자들도 함께 경호했다. 빨간 마스크를 쓴 일부 당원들은 한 위원장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자원봉사로 자체 경호에 나서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2024년에, 1929년 광주 정신을 기억합니다’라고 방명록을 작성한 뒤 기념탑 앞으로 이동해 헌화 후 경례와 묵념을 이어갔다. 이후 제일고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박은식·김경율 비대위원과 기념탑을 한 바퀴 돌았다.
기념탑에는 노산 이은산 선생의 글인 ‘우리는 피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유투버나 지지자들이 거의 없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중년 여성 3명이 한 위원장에게 다가가 "위원님 만나는게 소원입니다. 소원 이뤘습니다", "한동훈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오세영 기자 |
한 위원장은 다음 방문지인 국립 5·18민주묘지로 향했다.
한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시민의 위대한 헌신을 존경합니다. 그 뜻을 생각하며 동료 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한 위원장은 묵념과 헌화 이후 옛 전남도청 최후 항쟁을 하다 목숨을 잃은 윤상원 열사 묘지와 무명 열사 묘지 2곳을 찾아 참배했다.
한 위원장은 묘역 참배 후 브리핑에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5월의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헌법 전문에 이 5·18 정신이 들어가면 헌법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선명해지고 자랑스러워질 것 같다"며 "헌법 전문 수록에 단순히 동의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공약이지만 개헌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우리 헌법이 개정된 지가 굉장히 오래됐다. 헌법에 대한 문제는 절차적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헌법 개정 절차가 이뤄진다면 지금 상황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을 반대하는 세력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을 어떻게 하느냐, 원포인트 개헌도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며 "국민투표도 해야 하고 그런데 지금 (개헌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자들이 4일 광주 5·18민주묘지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지지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오세영 기자 |
보수 유튜버들과 지지자 수십명은 "한동훈 화이팅"을 외치며 악수를 요청했다. 중년 여성 두명이 ‘한동훈은 오직 국민 위하려’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있기도 했다. 유튜버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경찰과 당직자들이 저지하면서 잠시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시민도 일부 있었다. 한 70대 여성은 한 위원장이 5·18묘지의 무명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을 때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한 위원장이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때 ‘김건희 특검·윤석열 탄핵’ 손팻말을 들고 "김건희 특검"을 외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광주 마지막 행선지인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이동해 광주시당 신년 인사회를 열고 호남에 대한 ‘진심’을 강조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나와 우리 당의 호남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며 "내가 하기 싫은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여기 온 게 전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 "우리 당은 광주에서,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당 승리이기에 앞서 이 나라 정치에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오는 6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예정됐던 울산시당 신년교례회 참석은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