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태양광사업자가 전력판매계약을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10 14:03

대태협 "태양광 사업자 모집해 공정위에 고정가격계약 제소 추진 중"



판매단가 낮은 고정가격계약 해지 요구 대신 공정위 제소로 전략 선회



"전기요금 인상 고려할 때 태양광사업자 이윤 마냥 보장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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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사진= 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전력판매계약에 대한 불공정에 항의하기 위해 협회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추진 중이다. 정부에서 만든 전력판매계약이 계약기간 20년으로 고정돼 있고, 전력판매가격에 물가인상분이 적용되지 않아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10일 사단법인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는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태양광 발전사업자를 모집해 공정위에 고정가격계약이 불공정하다고 제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곽영주 대태협 회장은 "최소 100명의 사업자들이 모이면 제소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고정가격계약이 정말 공정한 계약인지 판단을 받아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정가격계약이란 전력거래소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공기업이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전력을 20년 간 고정된 가격으로 구매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동안 고정가격계약에 불만을 느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발전공기업에 계약 해지를 요청한 상태다.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고정가격계약에 불만을 느낀 이유는 현물시장 가격이 고정가격계약 가격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고정가격계약을 해지하고 현물시장에서 전력을 판매할 경우 고정가격계약 대비 훨씬 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10일 현재 태양광 전력 현물시장의 가격은 1메가와트시(MWh)당 22만6314원(전력도매가격(SMP)+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으로 고정가격계약의 상한가 1MWh당 15만3494원보다 47.4%(7만2820원)나 더 비싸다.

하지만 태양광 전력 구매사인 발전공기업들은 고정가격계약에서 현물시장 가격 변동으로 인한 사업자의 변심으로는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계약 해지 대신 고정가격계약의 공정성을 지적하는 공정위 제소 추진에 이르게 됐다.

곽 회장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고정가격계약이 맘에 안 들어도 계약 조항을 상대방과 합의해서 바꾸거나 변경할 수 없다"며 "서로 동등한 자격으로 이뤄진 계약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고정가격계약엔 물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열리는 고정가격계약은 SMP가 아무리 올라도 고정가격으로만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전에 열린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했다면 SMP가 1MWh당 200원이라면 고정가격계약 가격을 150원으로 정했더라도 200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150원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그나마 SMP로 물가인상분을 어느 정도 적용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마저 막힌 셈이다.

SMP에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반영되다 보니 LNG가격이 오르면 SMP도 같이 오르는 구조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의 낙찰률은 6.6%로 역대 가장 낮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현물시장에 사업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판단 아래 현물시장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과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로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량을 정해뒀다. 수요가 정해진 시장에서 공급량이 줄면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비싼 현물시장 가격의 원인을 줄어든 재생에너지 보급량 때문에 나타난 필연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산업부는 고정가격계약의 가격을 현물시장과 달리 상한가로 제한했다.

한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은 수요가 정해진 총량제"라며 "아쉬운 쪽은 총량을 맞춰야 하는 수요 쪽이다. 하지만 상한제로 고정가격계약 가격에 제한을 걸어버리면 공급자인 태양광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선 전기요금 인상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태양광 사업자의 이윤을 마냥 보장해주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사업도 투자인 만큼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전문가는 "전력판매요금이 지난해 기준 1MWh당 약 12만원이다. 정부가 태양광 전력을 현물시장에서 판매요금보다 훨씬 비싸게 20만원 이상으로 살 수 있겠냐"며 "태양광은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정부에서 의무제도로 시장을 열어주고 전력을 무조건 구매해준다는 점도 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안으면서 태양광 사업자들의 이윤을 챙겨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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