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온플법'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11 18:30
유통중기부 서예온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중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온플법) 제정에 반대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의 ‘온플법’ 제정 추진에 지난 9일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가 밝힌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추진하는 정부의 온플법이 오히려 중소상공인의 판로를 제한해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온플법으로 플랫폼기업들의 책임이 강화되면 플랫폼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이미 검증된 일정 정도 규모를 갖춘 판매자의 상품만을 취급(입점)하게 돼 중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온플법 도입 취지가 ‘소상공인 보호’임에도 정작 당사자인 플랫폼입점사업자들이 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온플법은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입점) 제한 △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일삼는 독과점 플랫폼에 시정명령과 고강도 과징금을 부과해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입법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매출 규모,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보다 높은 사업자를 사전에 정하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연히 온라인플랫폼사업자는 달갑지 않은 ‘규제’로 규정하고 반대하지만, 보호하겠다는 소상공인들도 환영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조차 법안을 반기지 않고 있다. 법 제정으로 플랫폼에서 누리는 소비자 혜택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법안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플랫폼기업을 포함해 소상공인(입점사업자), 소비자 모두 ‘온플법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섣부른 규제로 기업과 소비자, 소상공인 누구 하나 크게 웃지 못한 선례가 있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규제’가 대표사례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규제로 매달 2회 문을 닫아야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 따라서, 온라인 새벽배송 사업도 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에 나섰지만, 규제 효과가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을 초래하면서 대형마트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정작 입법 취지였던 전통시장 보호 및 활성화의 명시적 효과로 연결됐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소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주말 장보기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의 생계 보호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조건 ‘규제의 틀(온플법)’로 시장에 개입하려는 관행을 못버리고 이해당사자인 소상공인조차 반대하는 온플법을 밀어부치려 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자유시장 논리와도 배치된다.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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