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임종윤 사장 "상의 없었다" 반발…그룹 "통합 차질없다"
회장 타계 후 부인 송영숙 회장·딸 임주현 사장 주도권 양상
'임종윤-종훈 형제연대' 전망에 "통합 대세 영향 없다"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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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자녀들인 임종윤·임주현·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
15일 한미약품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이 지난 12일 OCI그룹과 통합 계약 사실을 밝혔지만 바로 다음날인 13일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이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SNS 계정에 ‘자신과 상의되지 않은 계약’을 강조하며 반발하는 입장을 올리면서 창업 패밀리간 균열 양상을 드러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임성기 회장의 장남이다. 임 사장은 임시 이사회 소집 요구, OCI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임 사장의 반발 움직임이 알려지자 한미약품그룹도 14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OCI와의 통합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혀 임사장 입장과 상관없이 통합을 추진한다는 의사를 천명해 조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약품그룹은 입장문에서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지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다"며 "임종윤 사장에게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을 설명해 통합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2일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와 주식 양수도 및 현물출자를 통해 두 그룹을 통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이 완료되면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는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OCI홀딩스로 변경되고, 창업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통합 이사회에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는다.
이 통합 계약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종윤 사장은 13일 SNS를 통해 "통합과 관련해 어떠한 형태의 고지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종윤 사장은 SNS에서 "현 상황을 신중하게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확보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2020년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송영숙 회장 단독경영체제 하에 임종윤·주현·종훈 3자녀가 엇비슷한 지분을 보유한 ‘가족 공동경영’ 형태로 운영하다가 점차 임주현 사장에게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해 초 한미약품 조직개편 때 연구개발(R&D)·경영관리·글로벌사업 등 3개 핵심부문을 담당하는 사장이 된데 이어 같은 해 7월 그룹전략 전반을 기획하는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 실장도 맡았다. 같은 해 비만·대사질환 등 한미약품 차세대 신약개발 로드맵 ‘H.O.P 프로젝트’ 수립과 한미약품 R&D 조직개편도 임주현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만 보면, 임주현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은 모두 미등기 사장인 반면 임종윤 사장은 사내이사(미래전략 담당 사장)에 등재돼 있어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부사장(사내이사)과 함께 이사회 주축을 맡고 있다.
그러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서는 송영숙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유일한 사내이사로 올라 있으며 임종윤 사장과 임주현 사장은 모두 미등기 사장으로만 등재돼 있다.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임원진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지난 12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구조를 보면, 송영숙 회장이 12.56%로 최대주주이며, △임종윤 사장 12.12% △임주현 사장 7.29% △임종훈 사장 7.20% 순으로 나눠져 있다. 이밖에 ◇임성기 회장 고교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2.15%, 소액주주들이 21.00%를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중심 체제에 반발해 임종윤 사장이 임종훈 사장·신동국 회장과 연대하면 통합 후 최대주주가 되는 OCI홀딩스의 27.03%보다 많은 많은 지분을 확보해 통합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임종윤 사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신동국 회장의 입장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그룹 이미지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미약품 지분은 한미사이언스가 41.41%, 국민연금공 9.72%, 신동국 회장 7.72%, 소액주주 39.74%를 보유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지주사와 한 몸이라 입장이 다를 수 없다"며 "임종윤 사장의 반발은 (통합의) 대세에 지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