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열배관 노후화 심각…이러다 백석역 사고 또 날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22 13:11

서울 지역난방 보급 40년, 20년 된 열배관 80% 이상 추정

배관 수명 40년이지만 공사·지진 등으로 이전부터 사고 발생

"궁극적 해결책은 배관 교체, 요금에 비용 반영시켜야"

2018120501000480700034281

▲2018년 12월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열배관이 파손돼 뜨거운 온수가 행인들을 덮쳐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병효 기자] 겨울철마다 열배관 파손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수만 세대가 혹한기에 벌벌 떨어야 하는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에 매설된 열배관은 상당량이 20년 이상 된 것이며, 30년 이상도 적지 않아 시급히 배관 교체 등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어김없이 지역난방 열공급 중단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에너지공사의 신정가압장 내부밸브 고장으로 누수가 발생하면서 양천구, 구로구, 고척구 일대 3만7637세대에 온수와 열공급이 중단됐다. 사고는 다음 날 오후 2시가 돼서야 복구되면서 그동안 수만 시민들이 혹한에 떨어야 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특히 서울지역에서 열배관 사고가 더욱 잦아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로 서울지역에 지역난방이 보급된 지 40년이 되는데, 그만큼 열배관이 낡았기 때문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국내 최초로 1985년부터 강서구·양천구·구로구 일대에 지역난방 공급을 시작했고, 1994년부터 노원구·도봉구·중랑구·의정부 지역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993년부터 강남 지역에 지역난방 공급을 시작했다.

2016년 지역난방공사 국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앙지사의 전체 배관 수 17만3152개 가운데 20년 이상 된 배관은 13만4251개로 77.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일부 배관 교체가 됐다하더라도 당시보다 8년이나 지난 점을 감안하면 지역난방공사의 서울지역 노후 배관 비중은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에너지공사는 지역난방공사보다 거의 10년 전부터 공급을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에너지공사의 열배관 노후화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열배관은 40년을 설계 수명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잦은 도로 공사, 지진, 불량 용접 등이 누적되면서 설계 수명보다 훨씬 이전부터 노후화가 진행된다. 업계는 대체로 20년 이상부터 노후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열배관 사고는 온수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데, 대부분은 누수로 그치지만 100도(℃)의 뜨거운 물이 분출되기 때문에 인명피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12월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지하 열배관이 파열되면서 100도가 넘는 뜨거운 온수가 뿜어져 나와 퇴근길 행인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화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불량 용접부위의 노후화로 누수가 일어나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었다. 노후 열배관이 ‘도심 속 지뢰’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조사한 결과 2017년 기준 국내 총 2002㎞ 열배관 중 수명 20년 이상은 460㎞로 23%를 차지했으며, 매년 60㎞ 이상 증가해 2025년에는 4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년부터는 수명 30년 된 열배관이 발생하기 시작해 2025년에는 전체 열배관의 18.8%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30년 이상 열배관은 거의 서울에 집중돼 있다.

정부와 사업자들은 백석역 사고 이후 열배관 안전진단만 강화할 뿐 궁극적 해결책인 새 배관으로 교체는 거의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교체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데 사업자 대부분이 재무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서울에너지공사는 1254억원 당기순손실, 지역난방공사는 18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노후 열배관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잦은 사고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지역난방 전문가는 "서울지역의 노후 열배관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이를 방치하면 제2의 백석역 사고가 불 보듯 뻔하다"며 "배관 교체 같은 안전에 관한 비용이 회사 재무력에 구애받지 않도록 요금에 반영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만 요금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정부와 사업자가 충분한 설득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역난방공사는 2018년 백석역 사고 이후 ‘열수송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수명 20년이 넘은 장기사용 배관을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예산 총 3992억원을 투입해 성능개선대상 구간 101.4㎞ 중 77.7㎞를 교체했으며, 서울지역은 전체 33.9㎞ 중 22.8㎞를 교체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지역난방공사의 서울지역 열배관 총길이 365㎞ 중 20년 이상은 185㎞로 50.7%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공사 측은 "열배관은 순찰 및 열화상 점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특히 20년 이상 열배관은 전문기관에 의한 안전진단을 통해 이상유무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chyybh@ekn.kr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