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 출산 장려금·정착 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 정책 발표
여야 정치권도 출산·육아 지원 확대…신혼부부 1억원 대출 등
"현금 지원만이 근본 대책 아냐…삶과 양육 조화롭게 할 수 있어야"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등이 너도나도 저출생 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섰다.
앞다퉈 억대 현금 지원 등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한민국이 출산·육아 수당 확대 등 저출생 대책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 저출생 문제에 비상벨이 울린데다 저출생 극복이 국가 전략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와 지방정부의 집권 또는 임기 3년차에 정치권의 4.10 총선 정국 등이 맞물리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대책 또는 정책들이 손쉬운 현금성 지원에 쏠리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출생아·합계 출산율 전망. 연합뉴스 |
25일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 여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꼴찌, 합계 출산율이 1명대 아래로 떨어진 유일한 나라다.
이에 소멸 위기가 코앞에 다가온 지자체들이 현금성 지원 정책을 우후죽순 발표하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1억원 성장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이는 국비·도비로 지원되는 각종 장려금에 군비 사업을 합친 금액이다.
첫 사업으로 군은 결혼 후 관내에 정착하는 45세 이후 청년부부에게 5년간 1000만원의 정착 지원금을 준다.
신혼부부가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경우 3년간 최대 600만원의 이자를 지급하고,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도 각종 축하금과 의료비 등 13개 항목에서 최대 4700만원을 지원한다. 자녀가 태어나 8세가 될 때까지 아동·양육·부모 수당을 합쳐 3380만원이 지급되고, 입학하면 축하금·장학금·통학비 등과 해외연수비 등을 합쳐 27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충북 제천시는 둘째를 낳으면 600만원, 셋째 이상을 출산하면 3000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 주택 자금을 대출받아도 현금을 지급한다. 둘째가 있으면 800만원, 셋째 이상은 3800만원씩 지급한다.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출산축하금으로 2000만 원, 양육지원금 30만 원씩 60개월 간 지원, 청소년 꿈키움바우처 제공, 대학생 등록금 및 결혼축하금 지급 등이다.
전주시는 전국 최초로 ‘난임부부 격려금 지원사업’과 ‘난임시 시술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난임 시술 후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매회 20만원씩 격려금을 주는 것이다.
□ 지자체별 주요 출산 장려 정책
충북 | 영동 - 청년부부에 5년간 1000만원 정착 지원금 지원. 신혼부부에 최대 600만원 이자 지원.임신·출산 과정 최대 4700만원, 양육수당 8세까지 3380만원, 입학 축하금 2750만원 지원 |
제천 - 출산 장려금 둘째 600만원, 셋째 아이 이상 3000만원 지원, 주택 자금 대출받은 둘째 아이 가정에 800만원, 셋째 이상 3800만원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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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 거창 -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원 지원(출산축하금 2000만원, 양육지원금 30만원씩 60개월간 지원 등) |
전북 | 전주 - ‘난임부부 격려금 지원사업’과 ‘난임시 시술비 지원사업’ 시행. 20만원 격려금 지원 |
임실 - 모든 출산 가정에 2년 치 기저귀 지원 | |
고창 - 출생아 1인당 50만원 산후조리원비 지원 | |
전남 | 강진 - 만 7세까지 월 60만원 육아 수당 지원(최대 5040만원), 산후 조리비 154만원 지원. |
화순 - 청년·신혼부부에 지역아파트 월 1만원 전세 | |
나주 -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 1000만원 출산 장려금 지원. 난임 부부 시술비 및 난임 진단 검진비 지급 | |
강원도 | 육아 기본수당 대상 4세→5세로 확대. 1~3세 아동 월 50만원, 4~5세 아동 월 30만원 지원 |
화천 - 군민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 거주비 월 50만원 지원 | |
인천 | 만 18세까지 1억원 지원(아이꿈수당 2800만원, 첫만남 이용권 200만원, 천사지원금 1040만원, 임산부 교통비 50만원 등) |
전북 임실군은 모든 출산가정에 최대 2년 치 기저귀를 지원하고, 고창군은 출생아 1인당 50만원의 산후조리원비를 지급한다.
전남 강진군은 재작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만 7세까지 월 60만원의 육아 수당을 준다. 가정 소득이나 자녀 수 상관 없이 7세까지 아이 한 명당 최고 5040만원을 지원한다. 산후 조리비 154만원도 준다.
‘월 1만원 아파트’를 도입한 지자체도 있다. 전남 화순군은 작년 4월부터 지역 아파트 1000호를 전세로 빌려 청년·신혼부부들에 월 1만원에 빌려 줬다. 전남 나주시는 지난해부터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아 이상 1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 아이를 원하는 난임 부부도 소득과 관계 없는 시술비 지원에 이어 난임 진단 검진비도 지급한다.
강원도는 올해부터 육아기본수당 지원 대상을 4세에서 5세로 확대해 1∼3세 아동은 월 50만원, 4∼5세 아동은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강원 화천군은 3년 이상 실거주하고 있는 군민 자녀들에게 대학 등록금 전액과 거주비 월 50만원을 지원한다.
인천시는 인천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는 ‘1억 플러스 아이드림’계획을 발표했다. 8세부터 18세까지 학령기 아동까지 매달 15만원을 지원하는 ‘아이꿈수당(2800만원)’, 정부가 주는 ‘첫만남 이용권(200만원)’에 추가로 1세부터 7세까지 매달 10만원씩 840만원을 얹어 주는 ‘천사지원금(1040만원)’, 임산부에게 일시금으로 50만원의 교통비를 주는 ‘임산부 교통비’ 등이다.
서울시 의회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서울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의 모든 저출생 대책에 소득 기준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가능 가구(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내·2인 가구 기준 월 600만원),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대상(연 소득 9700만원 이내),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 대상(중위소득 150% 이하·3인 가구 기준 월 약 660만원) 등 각종 정책에 적용되는 소득 문턱으로 인해 젊은 맞벌이 부부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출생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임대의 경우 신혼 또는 자녀 출생 예정 가구를 대상으로 연 4000 가구가 우선 배정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 8세 이후 중단되는 아동수당도 18세까지 월 10만 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연 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보전하고, 세 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 여야 주요 저출생 대책
국민의힘 | 더불어민주당 |
※ 육아지원 - 자녀돌봄휴가 신설(연5일) - 육아휴직 급여 상한 인상(150만원→210만원) - 산모 3개월, 아빠 1개월 유급휴가 의무화 - ‘자녀돌봄휴가’ 신설 |
※ 주거대책 - 다자녀 출산시 분양 전환 가능 임대주택 제공 (2자녀 24평·3자녀 33평) -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상 확대(7년차→10년차) |
※ 유연근무 정착 -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급여 상향 인상(월 200만원→250만원) - 취업규칙·근로계약서 공지 의무화 |
※ 지원금 - 신혼부부에 1억 대출 후 출생 자녀 수 따라 원리금 차등 감면(1자녀 무이자 전환, 2자녀 원금 50% 탕감, 3자녀 전액 감면) - 8∼17세 1인당 월 20만원 ‘우리아이 키움카드’ 지급 - 0∼18세 매월 10만원씩 ‘자립펀드’ 발급 |
※ 대체인력 지원 - 고용지원금 2배 인상(80만원→160만원) - 경력단절자·은퇴자 채용 지원금 3배 인상(80만원→240만원) - 업무대행 수당 신설 -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 한도 상향 |
※ 돌봄대책 - 아이돌봄 서비스 모든 가정에 제공 - 아이돌보미 돌봄 수당 확대 - 중소기업 육아휴직 급여 월 50만원 추가 지원 |
※ 중소기업 지원 -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 선정 시 법인세 감면 - 청년 근로자 저축 금리 우대 |
※ 육아지원 - 취업 여부와 상관 없이 급여 제공 및 출산·육아 휴가 보장 |
정치권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각종 현금 살포식 정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해결 첫 번째 정책으로 중소기업 위주의 근로자들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아빠휴가) 1개월 의무를 공약했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 연 5일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결혼 시 소득과 자산을 따지지 않고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의 대출을 제공한다.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 차등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립할 수 있는 자산도 지원한다.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우리아이 키움카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는 현금성 출산·육아 지원책만으로는 효과를 단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가 양육 부담을 함께 짊어지는 돌봄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는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금 지원만이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삶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삶과 양육을 조화롭게 해내 갈 수 있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거나 충분한 육아휴직이 가능한 근무 환경에 대한 지원이 같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은 안정적인 직업에나 가능하다"며 "육아휴직도 전면적으로 1∼2년을 쉬는 것이 아니라 유연 근무제를 통해 요일 근무제나 오전, 오후를 나눌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전면화 되면 중소기업도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소득 상실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같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며 "경제, 보육 서비스의 지원이 잘 결합돼서 출산을 하고 양육을 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삶이 될 수 있다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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