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카트로 봉쇄된 매장 입구…‘임시휴업’ 홈플러스 가보니

김철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13 22:43

홈플러스, 13일 ‘모든 점포 임시휴업’ 기습 발표
사전 예고 없이 당일 발표…방문 손님 발길 돌려
남은 입점점주, 철거·이전 비용 각자 떠안아야
보증금 반환도 ‘묵묵부답’…점주들 “사실상 포기”

홈플러스 병점점

▲13일 경기 화성시 홈플러스 병점점 지하 1층 식료품 매장 입구가 쇼핑카트로 가로막혀 있다. 사진=이형서 인턴기자

“오늘부터 매장은 영업하지 않아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13일 경기 화성시 홈플러스 병점점 매장 입구에서 직원이 고객들의 출입을 저지하며 이같이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오전 10시께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부터 대형마트 임시휴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돼 상품대금 지급은 물론 유틸리티 비용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보안 및 안전 유지를 위해 13일부터 상황 변화가 있을 때까지 본사 및 대형마트 매장 모두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전 점포 임시휴업 기습 발표…모르고 온 손님들 발길 돌려야



이날 임시휴업 발표는 사전 예고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일부 직원과 입점점주들은 오는 15일 또는 이번주까지 운영하고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이날 임시휴업을 전격 발표하자 매장 현장에서는 이를 알지 못하고 방문한 손님과 직원들 사이에 혼란도 빚어졌다.


이날 정오께 기자가 찾은 홈플러스 병점점은 지하 1층 식료품 매장 입구가 카트로 가로막혀 있고 '홈플러스 마트는 임시 휴업합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매장 내부는 고객의 출입이 막혀 '유령 매장'을 방불케 했고, 일부 코너에는 불이 꺼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미처 소식을 듣지 못하고 매장을 방문한 한 고객은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결정되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홈플러스 병점점

▲13일 경기 화성시 홈플러스 병점점 의류·잡화 매장 입구가 출입 통제돼 있다. 사진=이형서 인턴기자

입점점포들이 자리잡고 있는 2층에 올라가니 이미 운영을 종료하고 철수한 매장들 사이로 일부 매장들만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마저도 점주들이 진열돼 있던 물건들을 행낭에 담으며 영업 종료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홈플러스는 “몰 부문은 입점주들이 원하는 경우 영업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점점포 운영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나 지침 없이 오로지 입점점주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2층에서 패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입점점주 A씨는 “이미 몇 달 전에 매장을 정리하고 떠난 점주도 있고 회생 가능성을 기대하며 아직 남아 있는 점주도 있다"면서 “2층 패션 매장은 유아동 전문 코너로 1층 성인 패션 매장에 비해 이미 떠나간 점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입점점포 중에서도 대형 브랜드 점포가 아닌 영세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다. A씨는 “(홈플러스가 아닌) 입점업체 본사와 계약을 체결한 점주는 임금 미지급이나 점포 보증금 등에 대한 걱정이 덜하지만, 개인 자영업자가 직접 홈플러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많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병점점

▲13일 경기 화성시 홈플러스 병점점 2층 패션몰 모습. 상당수의 점포가 영업을 종료하고 떠난 상태다. 사진=이형서 인턴기자

◇ “아무것도 안내받은 게 없다"…입점 소상공인들 “배신감" 분노


이날 기자가 만난 점포의 소상공인들은 홈플러스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연신 토해냈다.


이곳에서 수선점을 운영하는 입점점주 B씨는 “홈플러스가 회생이 될지 안될지 결정이 돼야 우리도 매장을 정리하든가 할텐데 이게 불투명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점포) 보증금도 문제지만 영업을 종료하게 되면 (수선) 기계를 정리해야 하는데 우리 같은 개인사업자들이 자의에 의한 영업 종료도 아닌데 이 비용을 다 떠안아야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B씨는 “홈플러스측에서 입점주에게 점포를 정리해라 말아라 같은 일체의 안내도 하지 않고 있어 그냥 포기하고 나가는 점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20년간 이곳에서 열쇠 가게를 운영했다고 밝힌 입점점주 C씨는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에 대해 “이미 대부분의 입점주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는 20일까지 홈플러스가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더라도 이 금액만으로는 홈플러스가 향후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점포 보증금 반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이 내려온 게 없지만, (나는) 이미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C씨는 “어느 시점에 회수가 가능하겠다 하는 근거가 있고 희망이 보이면 기대를 해보겠지만 향후 홈플러스 청산 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투자금을 회수해 가면 힘없는 소상공인들이 받을 몫이 과연 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점포 보증금은 임대계약 종료시 매장설비 원상복구 등을 보증하기 위해 입점점주가 입점할 때 내는 보증금으로, 임대계약 종료 후 돌려받는다. 홈플러스입점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약 8000곳의 홈플러스 입점업체가 평균 2000만원씩 보증금을 냈지만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개시 후 이 보증금은 후순위 채권인 '회생채권'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우리 입점주들의 평균 (점포) 보증금이 2000만원인데 나를 제외하더라도 다른 점주들도 현실적으로 받기 어렵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이번 임시휴업 결정에 대해서도 C씨는 “홈플러스가 입점주들에게 아무런 지침이나 공지를 내리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마트가 임시휴업을 한다는 것도 점주들에게 사전 공지가 없어 배신감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홈플러스는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받았다. 오는 20일까지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파산이 확정된다.



김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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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철훈 기자 입니다. 유통중기부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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