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데뷔 후 차익실현 매물
“AI 수요 여전히 공급 웃돌아” 낙관론 여전
SK하이닉스 과매도 구간 주장도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급락으로 코스피가 두 달여 만에 7000선 아래로 밀려났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조정 장세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됐을 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성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9.12포인트(7.21%) 내린 6936.82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63.91포인트(0.85%) 하락한 7412.03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다. 코스피가 장중 7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5월 6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코스피는 이날 한때 6861.40까지 밀리며 전장 대비 8.22% 하락했고, 오후 1시 28분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20분간 중단됐다. 2000년 이후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이번이 13번째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7차례가 올해 발생했다.
코스피 급락은 반도체 투톱이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8.6% 떨어지며 26만원대로 밀렸고, SK하이닉스는 12.34% 급락하며 200만원선을 내줬다.
생산능력 확대와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6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급락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시 정면으로 충돌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첫날 13% 넘게 급등한 것이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265억달러를 조달하며 외국 기업 기준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켰다.
페트라자산운용의 이찬형 대표는 “ADR 상장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그 성공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었다"며 “이날 주가 약세는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라기보다는 전형적인 '뉴스에 팔아라' 현상과 차익실현 매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유안타증권의 다니엘 유 글로벌 전략가는 CNBC 방송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은 사실상 추가 주식 발행에 해당되기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늘어난 것"이라며 “시장은 이를 국내 SK하이닉스 주가의 조정 기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조적인 AI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는 만큼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향후 6~12개월 동안 주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사진=로이터/연합)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최고리서치책임자(CRO)도 최근 아시아 AI 관련주의 약세를 산업 전망 악화가 아닌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으로 해석했다.
울 CRO는 “하락 대부분이 리스크 관리에 따른 것으로 본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큰 폭으로 상승한 한국과 대만의 AI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늘려왔기 때문에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매도세는 AI 하드웨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식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AI 투자 대상이 반도체를 넘어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계속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의 주가 과열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RM 리서치의 니코 로스티 애널리스트는 현재 SK하이닉스 주가가 “매우 심한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주 정도 추가 하락은 가능하지만 이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며 “한국 증시가 반등하면 ADR 역시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매수하기에 좋은 구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레오웰스의 알렉세이 미로넨코 글로벌 투자솔루션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는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을 배당 확대가 아니라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동시에 고객사들은 필요한 메모리와 컴퓨팅 자원을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메모리 수요 증가세는 점차 둔화되는 반면 공급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4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8%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채민숙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매출 비중이 높아 시장 평균보다 ASP(평균판매가격)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