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국회의원 세비' 축소가 정치권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작 지방의회들은 앞 다퉈 의원 세비 인상에 나서 눈길을 끈다.
한 위원장은 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중위소득으로 세비 받는 게 만족스럽지 않다, 국회의원 일을 못 하겠다는 사람들은 정치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좌관 등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고 업무에 필요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정상적으로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전혀 없고, 집에 가져가는 것만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이 거듭 강조하는 이런 주장에 일각에서는 총선만을 겨냥한 현실성 떨어지는 구호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런 주장에 전날 CBS 라디오에서 “그럼 장관 때부터 깎지 그랬나. 법무부 장관이 더 많이 받는다.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공복 아닌가"라며 '대통령·법무부 장관부터 깎자'는 취지의 반론을 내놨다.
이에 한 위원장은 이날 “이건 그냥 '싫으면 시집가' 수준의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우리가 말하는 건 정치인 특권 내려놓기"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지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국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이 3454만원 (2022년)인데 앞으로 세비를 3454만원 수준으로 낮추면, 보좌진의 연봉도 그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할 것"이라며 “그냥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반정치 구호"라고 혹평했다.
이렇게 중앙에서 국회의원 세비 축소 논의가 가열되는 동안 지방 정가에서는 오히려 '세비 인상' 열풍이 불고 있다.
다수 지방의회들은 월 의정 활동비 인상폭을 법령이 정한 최대치인 광역 200만원, 기초 150만원으로 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미 국민의힘 강세인 강원도의회부터 의정 활동비를 50만원 인상한 200만원으로 확정했고, 시군 단위에서도 춘천시의회·양양군의회 등이 활동비를 11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강세인 호남과 수도권 곳곳에서도 이런 흐름은 대체적인 상황이다.
최대 인상분을 적용하면 기초 의원은 연 4500만원 안팎, 광역 의원은 연 6250만원가량을 받는다. 한 위원장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국회의원 세비 지원이 의원 가운데 가장 적은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뱃지'를 얻기 위해 각 후보자가 각오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과 비교할 때 불균형이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1인당 기초의원은 3400만원, 광역의원은 4500만원을 사용했다. 반면 지난 21대 총선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1인당 9983만원을 지출, 1억원 가까운 비용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