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뒷전으로 밀린 열 에너지 정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06 08:10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우리나라 에너지소비 중에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21.5%로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5분의 1에 달한다. 정부가 발표한 다양한 중장기 계획을 살펴봐도 2050년 전력 소비 비중은 25~35% 수준이다. 이는 산업, 가정, 건물, 수송 부문 등 우리나라 에너지사용 각 부문에서 주로 소비하는 에너지 형태가 열이나 동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 및 건물의 경우 대부분 열 에너지가 차지한다. 수송 부문이 그나마 수소, 전기차 등으로 정책적 이슈를 유지하고 있고 산업의 주요 동력원들 역시 수소환원제철공법 등으로 분석의 대상이 되어있다. 반면 가정과 건물에서 사용하는 열 에너지에 대한 정책은 빈약하다. 겨울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정책 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 효과적인 난방 효율 개선 정책이나 새로운 열 에너지 보급 정책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열 에너지에 대한 통계조차 명확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분석과 정책이 나오기도 어렵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 부문 에너지소비를 100이라고 할 때 난방 및 온수용 에너지 비중은 약 65%를 차지한다. 그리고 취사는 10% 수준이며 냉방은 5%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정용 도시가스 소비의 약 88%가 난방에 쓰인다고 추정된다. 국민이 생활에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대부분은 난방, 온수, 취사 등 열 에너지다. 주거 형태의 변화와 주택 단열 및 난방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난방 및 온수 관련 에너지 사용량의 감소는 1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열 에너지와 난방 부문에 보다 획기적인 정책과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가면 이러한 공백 현상은 더욱 선명해 진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정책만 보일 뿐 열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보기 어렵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생산량 중 열이 더욱 더 많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를 보면 2021년 전세계 재생에너지 공급량 중 바이오와 폐기물 에너지가 65%, 지열이 5%이며 나머지가 수력, 태양광, 풍력 등이다. 우리도 2021년 재생에너지 공급량 중 바이오 및 지열이 42%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책과 제도는 모두 전력 부문에 치우쳐 있으며 난방에 도움이 될 열을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 때 전국에 보급되었던 태양열 주택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전력 편중 정책은 행정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말 국회의 재생에너지 정책 보고서에도 태양광, 풍력 등 전력 부문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이슈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열을 생산하는 태양열, 바이오, 지역, 폐기물 등 재생에너지는 다루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에 밀려 힘을 못쓰고 있는 에너지 재사용(cascading) 및 효율화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에너지원에서 발생한 열을 열 발생원 주변에서 최대한 사용하는 방법은 유럽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산업단지의 남은 열을 주변의 주택에 공급하거나 지하철 터널 공간을 사용하는 열교환, 수입 액화천연가스의 기화열을 사용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었으나 이들에 대한 지원은 재생에너지 지원책에 비하면 크게 낮아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1980년대에 시작한 천연가스의 도입은 연탄으로 난방하던 시대를 끝내고 국민들이 보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무엇보다도 편안하게 겨울을 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때 개발된 열 에너지 공급시스템은 아직도 신도시와 아파트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열 에너지 옵션 마련과 열에너지 공급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단열을 포함한 건축 기술과 신규 건물이 열 및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해 신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패시브하우스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건물의 스마트화를 꾀해야 한다.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열 에너지 정책의 개발과 토론의 장이 활발히 열리기를 기대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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