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모았던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수주 힘들어
발전단가 높고 계통안정성·탄소저감 효과 떨어져
수소경제로드맵 장밋빛 발표와 정반대, 업계 반발
“에너지정책 리더십 부재 문제, 컨트롤타워 반드시 필요”

▲2019년 1월 당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연료전지산업 육성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캡처=산업통상자원부 공식 유튜브
정부의 오락가락 에너지 정책에 막대한 투자를 한 연료전지 업계가 매우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2019년만해도 연료전지 시장을 2040년까지 17GW로 육성하겠다고 하더니 5년만에 이를 완전히 뒤집어 냉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의 리더십 부재에서 오는 문제라며 컨트롤타워가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5일 발전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2040년까지 연료전지 시장을 내수 10GW, 수출 7GW 등 총 17GW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연료전지산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연료전지 업계는 올해 첫 개설되는 연 6500GWh 규모의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연료전지가 적잖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수소 및 암모니아 혼소로 입찰에 참여하는 가스발전과 석탄발전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입찰물량을 독차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연료전지 업계의 기대는 크게 꺾이고 말았다.
산업부 관계자조차도 “요즘 상황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청정수소발전에서 연료전지가 불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설되는 연 1300GWh 규모의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는 연료전지가 유리하다. 하지만 용량으로는 연 200MW밖에 안돼 두산퓨얼셀, 블룸SK퓨얼셀 등의 생산규모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투자한 민간 기업들만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는 점이다. 2019년 1월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를 통해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산업부는 2040년 수소경제로 인한 경제적 가치가 43조원에 이르고, 고용유발인원도 42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이 같은 정부의 청사진에 기업들은 앞다퉈 투자했다. 두산퓨얼셀은 연 280MW 규모의 연료전지 생산설비를 구축했고,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으로 설립한 블룸SK퓨얼셀을 통해 국내에 연 120MW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이밖에 국내 한 중견 연료전지업체는 10년간의 지속적인 R&D 투자 끝에 연료전지의 핵심부품인 스택 개발에 성공했으며, 연료전지 등의 수소산업 부품을 제조하는 수소전문기업도 현재 66개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제 와서 정부가 입장을 바꿔 연료전지시장을 당초 목표대로 육성할 의지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어 민간 기업들은 허탈함과 동시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하지 뭘 믿고 투자하겠나. 5년전에 연료전지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산업부가 이제 와서 찬밥 취급하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꺼리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관측된다. 가장 큰 것은 발전단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고,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탄소 배출 저감효과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료전지의 연료는 수소인데 수소는 천연가스에서 탄소를 분리해 생산한다. 수소 1㎏을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 약 9㎏이 배출된다. 이 때문에 그냥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발전보다 단가가 비싸고 설치비용도 많이 든다. 연료전지는 높은 비용 때문에 장시간 운영을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연료전지 보급이 늘어나면 태양광과 풍력 등 간헐성 특성을 가진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간헐성 특성을 가진 재생에너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과출력을 막기 위해 당연히 연료전지도 컷테일 대상인데, 특히 연료전지는 발전단가가 높아서 첫 번째 대상이다. 그런데 연료전지에 부여한 과도한 인센티브로 오히려 발전단가가 거의 없는 태양광이 컷테일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업계는 연료전지가 전력 수요 인근에 설치하는 분산전원으로서 효용성이 높고, 외산에 의존하는 터빈시장 대비 국산화로 고용창출효과도 높은 만큼 이를 활용한 보급 확대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설치보조금과 인센티브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보급 의지에 달려 있다.
전 교수는 “에너지 정책의 리더십 부재에서 오는 문제다.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원전 등에서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강력한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며, 한 번 정한 정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