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수요 증가 이어져 강세장 예상 의견 힘실려
비축량 증가·중동 리스크 해소 가능성 일시적 전망도
국제 유가가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추세적인 상승보다 70달러를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과 올해 석유수요 증가로 강세를 나타낼 것이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8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하며 전 거래일 대비 1.23달러(1.58%) 내린 배럴당 76.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전 거래일 보다 1.17달러(1.41%) 하락한 배럴당 81.60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은 미국 원유 재고가 급증했다는 소식과 그간 지속적인 상승에 따른 차익매도물량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주간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1201만8000배럴 늘어난 4억3945만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80만배럴이 증가할 것이란 전문가들 예상치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추세적?
국제유가 상승을 점치는 측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 초 70달러까지 밀렸던 국제 유가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나타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유가의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WSJ)은 이스라엘 측이 가자지구에서의 완전한 철수가 아닌 일시적인 휴전안을 제시했고, 하마스가 인질 석방의 대가로 너무 많은 수감자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석유수요 증가도 이유다. 글로벌 투자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석유 수요량을 하루 130만배럴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서 150만배럴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비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석유 공급량 역시 하루 170만배럴 증산에서 150만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측은 “올해 석유 시장은 공급 과잉보다는 균형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올해 브렌트유 가격은 기존 배럴당 75달러~80달러에서 80달러~85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작년 12월 2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의 상승을 점쳤다. 오정석 전문위원은 “주요 기관들의 전망과 시장 변수들을 종합하면, 2024년 국제유가는 수급여건이 2023년에 비해 타이트해짐에 따라 상방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에는 저유가 전망이, 하반기에는 고유가 전망이 우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일시적?
반대로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반짝 상승이라는 거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높은 데다 일부 OPEC 회원국들이 원유 감산 합의를 완전히 준수하지 않고 있어 유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거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1월 OPEC의 원유 생산량이 약속했던 물량만큼의 감산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1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35만bpd(barrels per day, 하루 원유 생산량) 감소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또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로 예상치를 넘어선 것도 석유 수요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잠재적인 석유 수요 또한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의 박스권 행보를 전망하는 한편, 단기 반등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응하는 투자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중동리스크가 빠르게 해결되기보다는 수개월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WTI는 70~80달러대에서 박스권에서의 횡보가 예상되나 1분기에는 중동 리스크로 단기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는 석유 시장의 공급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중동 지정학적 긴장에 주목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중립적인 시각이 유효하나 연내 트레이딩 관점의 원유 매수 기회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