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車부터 유통·게임까지 전방위 공세···뾰족한 해법 없어
‘가격경쟁력’ 무기로 영향력 강화···프리미엄 제품군도 주목
전세계 시장을 누비는 중국 업체가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가전, 자동차, 스마트폰 등 소비재를 넘어 유통·게임 등까지 보폭을 넓히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어서다. 과거 '싸구려' 대신 '가성비' 이미지를 입고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종에서는 프리미엄 제품까지 밀려들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가전업체 TCL은 국내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부 제품을 파는 수준을 넘어 작년 11월에는 한국법인을 세우고 서비스센터도 열었다. TCL TV 제품은 지난 2022년 쿠팡에 처음 올라왔을 당시 5분만에 품절되며 흥행을 예고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각종 최신 기술을 갖췄는데 가격은 삼성·LG보다 저렴하다고 알려졌다.
자동차 시장도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볼보 S90, 테슬라 모델 Y, BMW ix3, 폴스타2 등 인기 차종들이 중국에서 만들어 수입되고 있다. 전기버스 시장에서는 저가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비중이 40%에 육박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1위 브랜드인 BYD가 국내에 진출할지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BYD는 현재 GS글로벌과 전기트럭·버스 등 상용 제품을 한국에서 판매 중이다.
소형 가전 시장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중국산이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화웨이·샤오미 스마트폰이 주목받으며 영토를 넓혔다. 2020년 국내에 진출한 로보락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로보락 제품의 경우 국산보다 가격이 비싸도 품질이 더 좋다는 이유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보급형 PC 시장에서는 중국계 다국적 기업 레노버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태양광 패널, 드론 등 일부 업계는 이미 중국산이 한국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유통가에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중국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선언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입점·판매수수료 면제' 등 당근을 제시하며 한국 판매자들도 공격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이미 중국산 공세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쇼핑 부문 5위였지만 같은 해 12월 G마켓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테무는 지난해 11월 14위에서 12월 7위, 지난달 6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테무 애플리케이션(앱)의 신규 설치 건수는 222만1981건으로 전체 앱 중 1위를 차지했다. 출시 후 6개월간 누적 설치 건수는 895만8586건이다.
서비스 업종에서도 중국산 약진이 돋보인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상위 1위 게임은 중국산 '버섯커 키우기'가 차지했다. '라스트워: 서바이벌'과 '붕괴: 스타레일' 등 중국 게임들도 각각 2·4위에 올랐다. 버섯커 키우기의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2위를 꿰찼다.
더 큰 문제는 가성비 제품부터 프리미엄군까지 중국산 제품의 선택지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알리·테무 등 중국 플랫폼이 유통 시장 내에서 입지를 넓히면 TCL, 샤오미 등 제품들의 한국 상륙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일종의 '무역장벽'을 세워달라는 주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전기 승용차의 경우 정부가 보조금 지급 방침을 국산차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하며 중국산을 일부 견제하고 있다. 배터리 밀도가 낮은 제품이나 서비스센터를 덜 확보한 브랜드 전기차에 지급액을 줄이는 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공세에 대한 대책 마련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