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절반 병원 떠났다…수술·진료 지연·취소에 환자들 분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0 15:50

19일까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55%인 6415명 사직서 제출

1630명 근무지 이탈…‘세브란스병원·성모병원’ 등 이탈자 많아

환자 피해 사례 속출…제왕절개·목디스크 등 수술 연기 잇따라

복지부, 758명에 추가 업무개시명령…“미복귀 땐 면허정지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 인상…전공의 대신 진료 전문의 추가 보상 등도

대형병원에 붙은 진료 지연 안내문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안과 진료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환자는 죽을지 살지 몰라 걱정인데 그런 환자를 볼모로 잡아 의사와 정부가 힘겨루기 한다니 정말 화 난다"(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암병동 입원 환자 가족 김모씨)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및 업무 중단으로 의료차질 또는 공백이 현실하면서 전국 곳곳 일선 병원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각 병원별로 환자 수술 또는 진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환자 및 보호자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의사와 당국에 대한 분통 및 성토가 쏟아졌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이들 병원의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근무지 이탈자는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았고, 나머지 병원에서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각 병원은 이들이 낸 사직서를 수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가 10개 수련병원 현장을 점검한 결과 총 1091명(19일 오후 10시 기준)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757명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응급·당직 체계의 핵심인 전공의들의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한꺼번에 떠나자 의료현장 곳곳에서 환자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는 전날 오후 6시 현재 총 34건이었다.


사례들 가운데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 예약 취소는 4건, 진료 거절은 3건, 입원 지연은 2건이었다.


센터에 신고되지 않은 피해 사례를 포함하면 수술 취소 사례 등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제왕절개 수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사연, 오래 기다린 부모님의 목디스크 수술이 무기한 연기돼 당황스럽다는 보호자의 성토, 당장 분만을 앞두고 출산 시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임신부 등 피해 사례가 신고됐다.


일부 진료과에서 외래 진료 가능 요일과 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은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에 대해 환자 측에 연락해 일정을 연기하면서 수술 일정이 일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래 및 응급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환자와 가족이 애를 태웠다. 당장 수술이 급하지 않은 입원 환자들은 퇴원·전원되기도 했다.


일부 입원 및 외례 환자들은 이날 회진이나 진료에서 특별한 의료 차질을 겪지 않았다는 반응도 내놓았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의료공백의 피해를 걱정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날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 728명에 대해 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이미 명령을 내린 103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업무개시명령 대상은 총 831명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이날 50개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해 근무지에 나타나지 않은 전공의에 사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는 경우 면허 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다만 병원별 전공의 이탈 현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박 차관은 비상진료대첵에 대해서도 “군병원, 공공병원 등도 대응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필요하다면 2단계 비상진료대책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여러분께서는 환자 곁으로 돌아가 주시길 바란다"며 “여러분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정말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수본은 이날 제12차 회의를 열어 의사집단행동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각 의료기관에서 유연한 인력관리 등을 통해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기로 했다.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酬價) 등도 인상한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도 신설해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한다.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는 응급실의 비외상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입원전담 전문의 업무 범위도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인턴이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간을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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