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이 직면한 뜻밖의 난제 ‘아파트 노후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1 10:36

“지역난방은 안 따뜻해” 부정적 인식 퍼지는 요인

아파트 열시설 노후화가 열효율 감소 원인 지목

비용 주민부담, 교체 어려워…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노원구 아파트

▲서울 노원구 지역이 아파트 단지.

지난 20일 서울 강남 모 호텔에서 열린 지역난방 사업자들의 모임인 집단에너지협회 정기총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살짝 긴장감이 돈다.




한 참석자는 “(지역난방 사업) 여건이 그리 좋지 못하다. 도시가스와 경쟁하다 보니 열요금도 올리기가 쉽지 않고, 개별난방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지역난방 주택이 개별난방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난방의 장점을 충분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지역난방은 안 따뜻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 심지어 아파트 가정에서 녹물 나오는 것도 지역난방을 탓한다. 그런데 그 원인을 찾아보니 그 아파트 설비의 노후화가 문제인 곳이 많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지역난방에 대한 안 좋은 인식만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집단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노후화가 지역난방 열효율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역난방은 서울에너지공사가 1985년 서울 목동지역 아파트에 열을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계속 발전해 2020년 기준 사업자는 80개, 사업장은 112개로 늘어났다.




지역난방은 가정용(81%)과 상업·공공용(19%)이 있다. 가정용 수요는 대부분 아파트인데 공급 역사만큼 수요 아파트의 노후화도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 내에 설치된 열 관련설비가 노후화되면서 열 효율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비스 차원에서 아파트 열 설비 점검을 나가보면 구축 아파트의 상당수가 오래된 설비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열이 모두 밖으로 새어 나와 한겨울에 보일러실만 뜨끈한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며 “이렇게 열이 새면 당연히 가정에 공급되는 열은 그만큼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열 설비가 관리 사각지대가 되는 이유는 이 설비는 아파트 자체적으로 관리 및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 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다 보니 적기에 교체 및 수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는 “열 설비 교체를 위한 충당금을 충분히 확보한 아파트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역난방은 별로 안 따뜻하다는 인식만 커지고, 재건축 과정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는 지역난방 수요 아파트의 노후 난방시설의 교체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4억99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급탕 예열열교환기 설치 지원 △차압유량조절밸브(PDCV) 교체 지원 △보온재 보강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사의 열악한 재정상태로 계속 사업이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노후 열 설비에 대한 조사와 교체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난방 업계 관계자는 “지역난방 수요 아파트의 열 설비 노후화가 얼마나 진행됐고, 이로 인해 열 손실이 얼마나 나는지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특히 대부분 지역난방 사업자의 재무상태가 좋지 못한데,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노후 열 설비 교체 및 수리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열 효율이 좋아지면 그만큼 탄소 저감 및 난방복지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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