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와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가 뉴욕증시에서 두드러진 낙폭을 보이면서 나스닥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테슬라 3배에 가까운 시가총액을 가진 엔비디아는 테슬라와 달리 별다른 악재가 없는 '불안감'에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35% 하락한 694.52달러(92만 6836원)에 마쳤다. 낙폭은 지난해 10월 17일 4.5% 하락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장중에는 6%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주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시가총액도 1조 7150억 달러로 내려,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 7590억달러)과 아마존(1조 7350억달러)보다 몸집이 줄어들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14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빅 3'에 오른바 있는데, 다시 5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 하락은 '역대급'이 예상되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월가는 엔비디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한 206억 달러에 이르고, 순이익은 7배 이상 급증한 10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해 실적이 모두 월가 예상을 뛰어넘은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시장 예상치보다 각각 12%와 19% 상회했고, 앞서 2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전망치를 각각 20%와 30% 상회했다.
또 실적 전망과 관련해 월가는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0% 성장률을 예상 중이다.
전 세계 AI 칩 시장 80%를 점유하는 선두 주자답게 엔비디아가 거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최근까지 크게 오른 주가에 '고평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HSBC 테크 연구 책임자인 프랭크 리 역시 “엔비디아가 다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큼 강력한 가이던스를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은 약간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실적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5% 이상 급등해 MS나 애플 등 다른 기업들 상승 폭을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까지 꾸준히 내려 시가총액 7위(매그니피센트7)밖으로 밀린 테슬라는 '포드 악재'라는 명확한 재료 속에 추가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오전 한때 전장보다 5% 넘게 하락했다가 오후에 낙폭을 줄여 3.10% 내린 193.76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포드는 이날 전기차 주력 모델인 머스탱 마하-E 2023년형 라인을 트림별로 3100∼8100달러(약 414만∼1081만원) 인하했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시장 전반 수요 둔화 속에 지난달(1월) 포드 전기차 판매가 11% 감소하면서 포드 측이 가격을 크게 인하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 가운데 포드 머스탱 마하-E 시작 가격이 테슬라 경쟁 차종인 모델 Y(4만 2990달러)보다 낮아지면서 테슬라에도 영향이 불가피했다.
또 포드가 이번에 2024년형은 제외하고 2023년형 모델만 가격을 내린 것 역시 결국 지난해 팔지 못한 재고를 처리하려는 목적이라, 전기차 업계 전반 재고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 주가 하락에는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 나온 위기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엑스펑)의 허샤오펑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서한에서 “올해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피바다'(bloodbath)로 끝날 수 있는 격렬한 경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미 경제매체 배런스는 테슬라 신차 사이버트럭에 녹슨 자국이 생겼다는 소비자들 불만이 전날 보도된 것도 주가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