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돼 걱정…우리나라 과도한 부채, 고금리와 결합되면 굉장히 위험”
“전문성 없는 국회서 예타 면제하는 건 편법…재원조달 방안 없는 공약 디스카운트해 들을 것”
“1년 전 서울시립대 예산 100억 삭감 엄혹한 때 총장 취임…추경 161억 받아 고비 넘겨 보람”
“몇몇 한국 기업들이 미국 IRA(인플레이션)를 보고 (미국 현지에) 투자했는데 트럼프 정부로 바뀌고 정책도 바뀌면 상당히 위축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손실을 보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에너지 가격이 좀 하락하지 않겠나 하는 기대도 갖습니다."
원용걸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서울시립대학교 총장)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학교 총장실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원용걸 회장은 지난 1일 제47대 국제경제학회장에 취임, 1년 임기를 시작했다. 원 회장은 또 이달 말로 서울시립대 총장 취임 1년을 맞는다. 벌써 총장 임기 4년 중 1년을 훌쩍 보냈다. 원 회장은 최근 학회 회장과 대학총장을 겸임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국제경제학회는 1977년 창립됐으며 현재 경제학 각 분야 교수와 전문가 15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초대 회장을 역임한 이후 한승수 전 총리,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회장을 역임한 한국 경제학계의 대표적 학술단체다.
원 회장은 개방 거시경제학자로서 경기침체를 가장 큰 문제로 꼽고 개인은 소비지출을 기업은 투자 활성화를 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제경제학회가 한국경제의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원용걸 회장과의 일문일답.
◇ “역사와 전통 가지고 있는 학회…부담스럽고 막중한 책임감 느껴"
-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취임 소감과 포부는?
▲ 한국국제경제학회는 한국 경제학계에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학회이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회장을 역임했다. 총장이 되기 전인 2년 전에 이미 회장을 맡기로 결정돼 있었는데 막상 임기가 시작된다고 하니 굉장히 부담스럽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걱정이 앞선다. 지난 47년간 학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신 명예회장님들과 회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국제적으로 경제학 논의하는 학자들의 모임…경쟁 중시·효율성 제고"
- 한국경제학회와의 관계 설정과 차별화 포인트는?
▲ 한국경제학회는 1952년 6·25 전란 중에 부산에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경제학회다. 1977년에 창립된 한국국제경제학회는 국내 학자들 간의 교류뿐 아니라 해외 학자들과의 교류도 촉진해야 하겠다는 의미에서 학회명에 '국제'라는 수식어를 넣게 되었다.
국제경제학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고 국제적으로 경제학을 논의하는 학자들의 모임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미에서 한국국제경제학회가 된 것이다. 다양한 경제학 전반에 걸쳐서 그 주제를 가지고 한국 경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와 중복되는 부분은 상당히 있지만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중시하고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문이다. 각자 활동을 하면서 경쟁하고 협력하는 장점도 있다.
한국경제학회가 매년 주관하고 있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전체 세션이 2개가 있는데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국제경제학회가 1세션씩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 “단기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과도한 부채, 고금리와 결합되면 굉장히 위험 "
-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단기적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사실 더 큰 우려는 총선 때문에 미뤄져 있는 것들, 즉 윤석열 정부에서 3대 개혁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로 지금 진행된 게 없다는 것이다. 개혁이라는 게 항상 고통스럽고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개혁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반대도 심하고 선거와 또 맞물리면서 진행이 좀 더딘 부분들이 있다.
특히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부분들도 걱정이 된다. 각 부문별로 부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는 것이 걱정이다. 과도한 부채가 고금리와 결합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된다. 올 초만 해도 시장은 낙관적으로 미국이 일찍 금리를 인하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안 할 거라고 예상했다. 금리 결정에서는 신중함이 아주 중요한데, 그래서 금리를 갑자기 내리는 것은 쉽지 않고 확신이 들 때만 내린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3.1% CPI(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서 금리 인하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는 지금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잘 관리되고 연착륙을 잘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제로금리로 내렸다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모든 국가들이 지금 고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봉쇄를 늦게 풀면서 더 어려운 상황이고 유럽도 어렵고 일본도 사실은 잠깐 반짝했지만 어렵다. 계속 어려운 상황이고 주식시장만 사실은 조금 반짝하는 것이지 실물 경제 쪽은 아직도 어렵다.
한국은 작년에 어려웠고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조금 나아진다고 하지만 워낙 작년에 나빴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금리를 0~0.25%에서 5.25~5.5%까지 급격히 올렸어도 잘 관리되고 있는 이면에는 기본적으로 민간 소비에 기반한 경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소비 비중이 GDP(국내총생산)의 약 70%대이다. 한국은 50% 미만이고 중국은 약 40% 수준인데 고민스러운 상황은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그나마 소비를 늘리기도 어렵다. 미국이 그런 면에서 조금은 더 여유가 있는 편이다. 또한 기축통화국이니 충분히 돈도 찍어내도 큰 문제가 없다.
한국의 경우 가계, 기업 및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수출도 어려운 상태에서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하면서 가장 안 좋은 상황이다.
◇ “美中 사이 외줄타기 韓…美 관계 중심축 두고 中과 관계도 잘 유지해야"
- 美中 경제 갈등 상황 속 韓 역할은?
▲ 그동안 한국은 외줄타기 하는 것처럼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이렇게 지내왔는데 현실은 양국이 우리를 그냥 가만히 두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 우리가 인도·태평양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는데 그렇게 결론을 지은 이유는 경제적인 고려 때문이다. 안보도 있지만 미국 시장만이 지금 거의 유일하게 활발한 수입 시장이다.
중국은 과거에 한국의 중요한 시장이었지만 지금 굉장히 어려워진 시장이 된 것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견제를 해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중국산 부품이나 핵심 자원들을 사용하는 2차전지 또는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에서 제외하니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IRA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출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중국하고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 수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면서 대중 반도체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에 반도체가 어려워진 상황도 있다. 물론 중국 경기가 어려워진 것도 겹쳤다.
미국 정부의 대중 스탠스는 단기간에 바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트럼프도 러시아에 대해서는 가끔 유화적인 모습도 보이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항상 굉장히 강하다. 바이든 정부에 들어와서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바이든 정부에서는 보조금으로 세액공제를 해주지만 트럼프 때는 아예 직접적으로 관세 부과했다.
지금 한국 수출의 약 20% 남짓이 중국으로 가고 있어 무시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니고 선택하기가 참 애매한 부분이다. 중국과는 경제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야 한다. 안보가 관련돼 있고 경제적인 이유가 포함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둬야 하는 게 불가피한 선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美 정부 바뀌어도 일자리 확대 정책 똑같아…韓 이미 현지 투자 많이 해"
-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아메리카 퍼스트' 대응방안은?
▲ 트럼프 정책이라는 게 처음에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당시 이렇게 할 건지에 대해서 다들 궁금해했지만 결국은 시행이 됐다. 과거를 보면서 이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예상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대응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요구했던 것이나 지금의 바이든 정부에서 요구하는 건 기본적으로 똑같다. 미국 기업이 외국으로 자꾸 나가는데 일자리가 없어지니 다시 들어오도록 만들고 있다. 들어오면 관세를 안 매길 것이고 문제가 없을 테니 들어와서 공장을 짓고 생산하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도 주요 수출기업들이 미국에 공장들을 많이 갖고 있고 많이 지을 투자계획도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만큼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만 통상 문제 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또 있을 수 있다. 에너지 정책 같은 경우가 바뀔 것이다. IRA가 결국은 전체적인 국가 경제에서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어서 인플레이션 감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더 걷은 세금은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청정에너지, 태양열, 전기자동차 쪽으로 가는 사업장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태양광 재생에너지에도 투자를 했고 몇몇 한국 기업들이 IRA를 보고 투자한 기업들이 많이 있는데 트럼프 정부로 바뀌고 정책도 바뀌면 상당히 위축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손실을 보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에너지 가격이 좀 하락하지 않겠나 하는 기대도 있다. 학습효과에 따라 나름대로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해 알고 있다.
◇ “경제변수, 총선 영향력 크지 않을 것…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하기를"
- 4.10 총선 때 경제변수가 미치는 영향력은?
▲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가 망할 정도로 경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정권교체와 같은 큰 영향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선거에 경제변수로 인한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본다. 유권자가 그런 면에서는 조금 더 현명한 유권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현명하다는 게 꼭 경제 뿐만이 아니고 여러 분야에 대해서 그동안 어떻게 해왔는지, 또 공약은 실현 가능한 것들인지에 대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서 투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가 통화긴축기에 들어와 어려운 시기에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별로 부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 통화 긴축 모드인 상황에서 들어왔다. 그러면 민간 투자도 못하고 소비도 못하는데 할 수 있는 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정지출을 늘리자니 정부 부채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는 좀 불운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할 수 없는 대외적인 환경과 물려받은 여건이 상당히 안 좋은 부분은 있지만 방향 자체는 상당히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어느 정권이 와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정부가 선거 이후에는 개혁 과제를 잘 진행했으면 한다.
◇ “현실성 없는 법안 예타 면제 편법이 문제…재원 조달 방안도 명확히 제시해야"
- 4.10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 관련 생각은?
▲ 정치인이 모인 정당이 선거를 통해서 집권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다. 선거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타당성 없는 것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국회에서 예비타당성 검토를 면제하는 것과 같은 편법은 문제라고 본다.
선거 앞두고 막 지르는 게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법 만능주의라는 생각도 드는데 국회의원 숫자 동원해서 다 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공약을 얘기할 때 어떻게 재원 조달할 건지에 대해서도 좀 명확하게 제시를 했으면 좋겠다. 소요되는 재원이 얼마고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얘기는 안 하고 그냥 지르는 부분들은 유권자들이 디스카운트해서 들을 것이다. 현명한 유권자들이 그동안 많이 들어왔고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잘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
◇ “세수 부족에 정부 지출은 더 어려운 상황 초래…재정 건전성·규제 완화 필요"
- '재정 긴축' 기조 속 세수가 줄어드는데?
▲ 작년 1.4% 실질 경제성장률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세계적으로도 부진한 결과이고 경기 침체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반영하고 있다.
과도한 부채 문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제주체들이 지출을 할 수가 없다. 가계는 소비 지출을 못하고 기업은 투자 지출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수출도 잘 안 됐다. 대중 반도체 수출도 어려웠고 그러면서 대외 부문이 어려웠다.
단기적으로 경제를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정부 부문으로 결국 정부가 지출을 늘려서 경제를 그나마 좀 끌고 회복시켜야 되는데 문제는 정부 부채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경기 진작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텐데 문제는 과도하게 재정지출을 늘리면 그게 결국 민간 투자를 또 위축하게 된다.
결국 세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 늘리는 것은 채권 발행하는 방법 밖에 없다. 채권 발행하면 채권시장에서 이자율이 높아질 것이고 그건 또 민간 투자를 구축할 것이다. 그러니까 더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지금 굉장히 미묘한 밸런스를 추구해야 되는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 지출을 줄인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예산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대부분 정해진 것들이고 자의적으로 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경제정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를 효율화하는 것은 생산요소가 가장 최적의 활용처로 용이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닌데 부채를 과도하고 급속하게 늘리면 남미같이 큰일 난다. 정부가 재정의 건전성을 추구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당연히 맞다.
◇ “단기적으로 개인 소비지출 진작 정책 추진해야…장기적으론 근본적인 구조개혁 필요"
-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면?
▲ 단기적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소비지출 진작정책을 추진해야 된다.
아울러 기업들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지원이나 금융지원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정부는 일정부분 재정지출을 통해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사각지대 취약계층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첫째는 생산 요소 투입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서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고 경제활동 참여율도 높여야 한다. 인구를 갑자기 늘릴 수 없지만 기존에 있는 인구들이 경제활동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양적인 공급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노동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교육 부분에 있어 혁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생산 요소들이 최적의 장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자본을 많이 늘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노력해야 한다. 국내적인 자본만으로 부족하다면 해외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기술 혁신, 연구개발(R&D) 촉진, 규제 완화 등의 정책들이 필요할 것이다.
◇ “당장 올해가 관건이었던 상황…자구책 등 변화와 도전 위해 노력"
- 서울시립대 총장 취임 1년 소감은?
▲ 2월 말이면 취임 1년이 되는데 취임했던 상황은 굉장히 엄혹했다. 서울시 지원예산이 갑자기 시의회 제출안 577억의 무려 17%인 100억 삭감된 상황에서 총장을 맡았다. 총장 취임 이전에 전임 총장님께 예산 삭감 사업 추진 계획을 모두 2학기로 미뤄 달라고 부탁했다.
1학기는 정상적으로 운영을 해야 되고 삭감된 예산 100억을 추경을 통해 확보하지 못하면 2학기 학사일정이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당장 올해를 어떻게 먹고 사느냐가 관건인 힘든 상황이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서울시민의 세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여러 나름의 자구책들에 대해서 고민했다.
등록금 인상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서 등록금 정상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서 1년 가까이 활동했고 작년 말에 권고안도 냈다. 그 위원회 활동 등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아 시의회로부터 삭감됐던 예산 100억에 61억을 더해 추경 총 161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받았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에 무리 없이 학사 운영을 하게 됐고 큰 고비를 넘겼다. 그게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 장기 비전을 가지고 추진한 것 없는가?
▲ 우리 학교는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좋은 의미에서는 안정적이고 또 안 좋은 의미에서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도전적이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있어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이 각종 자격시험, 고시, 공사, 공기업들을 많이 가고 싶어 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첨단 분야에 대해서 우리도 강하게 투자해서 교육과 연구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대학이 도시과학 쪽에는 오랜 전통 갖고 있고 특성화되어 있다는 인정을 받고 있는데 작년에 지능형 반도체, 융합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등 세 가지 전공을 가진 첨단 융합학부를 만들어서 우리 대학의 첨단 분야를 향한 방향전환에 일종의 마중물 역할과 함께 기폭제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 서울시립대가 그동안 구성원들의 노력에 의해서 국내 유수의 명문대학 중 하나가 되었지만 그간 우리 대학이 국제화 분야에 있어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세계 유수 대학들과 같이 협력하고 경쟁하며 글로벌 대학으로서 서울시립대 위상을 확립해야 되겠다는 의미에서 비전도 “서울과 함께 세계로 도약하는 서울시립대학교"라고 지었다.
◇ “서울시립대만 의대 없어…자구책 등 변화와 도전 위해 노력"
- 서울시립대가 의대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아는데?
▲ 의대 관련해서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추진을 하고 있는데 우리 대학이 나아가는 방향의 첫걸음이다. 서울시립병원이 12개가 있는데 병상이 4209개나 되는 아주 대규모 지자체 부속병원들이다. 여기에 사실은 의대가 없기 때문에 양질의 의사 공급이 어렵다.
서울시립대에 의과대학을 설립해서 서울시립병원들과 보건소 같은 공립 의료기관들에 양질의 의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
우리의 의료시스템에서 과거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지역 의료기관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립병원이라든지 시립병원들이 있는데 의사 인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 인력 공급 시스템은 없다. 그동안 의사 인력 공급 시스템이 현실과 맞지 않고 공립병원 의사 공급에 대한 고려가 누락돼 왔지만 공립대학이 서울시립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목소리가 작았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서 공립 병원들에 대한 의료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의과대학들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립대 의과대학도 공립 의대들을 설립하는 그 일환으로 지역에 의대들을 신설하면서 동시에 같이 설치하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반값 등록금제' 매우 불행한 과거…지속가능한 모델 되려면 전국 대학 참여해야"
- 서울시립대 등록금이 국립대의 절반이다. '반값 등록금제' 개편과 재정 확대 방안은?
▲ 반값 등록금 문제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과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려면 전국에 있는 대학들이 참여했어야 했다. 지방거점 국립대라든지 아니면 서울대, 연대, 고대라든지 이런 데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어야 됐다.
서울시립대가 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겪게 되는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상황이 됐다. 고등교육법에 과거 3년간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상 등록금을 못 올리게 돼 있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을 올려봐야 큰 도움이 안 된다. 우리 대학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학이 아니고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서 “공립대학 등록금은 조례에 따른다"라는 식으로 등록금 관련 규정을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학생, 학부모와 함께 긴밀하게 논의해야 하겠지만 학생들조차 지금은 너무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도 인상된 등록금을 재원으로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혜택이 제시된다면 등록금 인상을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다만 학생들한테 어떤 혜택이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 “계약학과 바람직한 모델인지 회의적…기업연계형 산학협력 형태로 추진"
- 주요 대학들처럼 계약학과를 설치할 계획은 없는가?
▲ 작년에 진행했던 것 중 하나로 계약학과의 다른 형태인 기업연계형 산학협력 형태로 기업과 협력했다. 기업이 특정 전공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교수님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해 회사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게 한 후에 학생들을 뽑아가는 형태의 산학협력이다. 그런 형태로 해서 몇 개 기업들하고 추진 중이다.
기업에서 계약학과에 대해서 그렇게 큰 기대를 안 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계약학과가 과연 바람직한 모델인가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이다. 그 학생들이 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 계약을 파기해도 사실은 특별한 큰 페널티가 없다. 차라리 그냥 큰 풀로 해서 뽑는 게 더 낫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계약학과가 돼도 괜찮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학생들한테도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면에서 기업 연계형 산학협력 형태로 하는 게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 방향으로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 LG전자, LG유플러스, SK하이닉스 등과 MOU(양해각서) 형식의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대담 =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 = 김종환 기자, 사진 = 송기우 기자
■ 원용걸 학회장 프로필
◇약력
△1963년 경기도 수원 출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제경제학과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박사 △한국은행 자금부 및 수원지점 행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인천대학교 동북아통상학부 전임강사·조교수 △미국 콜로라도대학(볼더) 방문교수 △독일 뮌헨대학(LMU)/CESifo연구소 방문교수 △서울시립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부 조교수·부교수·교수 △서울시립대학교 정경대학장 겸 사회과학연구소장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한국수출입은행 경제협력개발기금(EDCF) 자문위원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위원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 △서울시립대학교 제10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