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사당화' 논란이 연일 고조되는 가운데, 그 '파열음의 크기'가 주목받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인 현역의원 하위 평가를 통보받고 이를 스스로 밝힌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은 21일 기준 6인에 달한다.
이들은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 국회부의장과 박용진(재선·서울 강북갑)·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송갑석(재선·광주 서갑)·박영순(초선·대전 대덕)·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 의원 등이다.
이들 가운데 박용진·윤영찬·박영순·김한정 의원은 하위 10% 이하, 김영주·송갑석 의원은 하위 10~20% 이하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에서 '하위 10%'는 경선 득표의 30%를, '하위 10∼20%'는 20%를 각각 감산하는 '현역 페널티' 규정을 적용한다….
이들 한목소리로 이런 페널티가 비명계를 표적으로 한 불이익이라며 '이재명 사당화'론을 주창하고 있다.
가령 박영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권을 쥔 당 대표와 측근들은 밀실에서 공천학살과 자객공천을 모의하고 있다"며 “최근 공천 파동의 모습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을 부인하기 어렵게 한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일찍이 우리 민주당의 공천이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원로 그룹도 최근 당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명계와 원로 그룹 모두 지도부에 저항할 있는 실효적 수단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공천배제 의원 상당수를 흡수할 가능성이 주목됐던 이낙연계 신당 새로운미래도 이준석계 개혁신당과의 합당 뒤 결별 이후 입지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새로운미래 내부에서도 이탈 의원들에 대한 기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책임위원회의 뒤 현역의원 확보 계획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그런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 의원 개개인을 빼내 간다는 접근은 안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김종민 공동대표는 “하위 20% 통보받은 분들과는 대화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판단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의 모두발언에선 “민주당 막장 공천의 희생양이 되는 의원에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각개약진해서 할 게 아니라 힘을 합쳐 공동으로 '이재명 사당화', '막장 공천'에 맞서야 한다"며 “우리와 함께 진짜 민주당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현역 하위 평가자'로 지목당했다고 밝힌 비명계 의원들 대부분은 당 잔류와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미래 합류 가능성을 닫은 상태다.
송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굉장히 치욕스럽고 모욕적인 일이지만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순 의원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이재명 사당의 치욕스런 정치보복에 맞서 의연히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정 의원 역시 국회 회견에서 “치욕적 상황에 내몰린 것을 한탄만 하지 않겠다. 부당한 낙인과 불리함을 탓하지 않겠다"면서 “경선에서 이겨 내 소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박용진 의원과 윤영찬 의원 등도 일찌감치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당적을 포기한 인사는 현재 김영주 부의장 1명뿐인데, 민주당 외 여러 세력의 제의를 동시에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