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이사충실의무 통과, 자사주 의무소각 개정 움직임
롯데지주 자사주 27.5%…소각시 총수일가 승계에 부정적 영향 우려
CJ 이선호 승계 위한 지주사-올리브영 합병 비율 산정 골머리

▲출처=이미지투데이.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CJ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승계의 퍼즐을 맞추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년 간 추진해온 프로세스가 있지만 정부와 국회가 기업 경영의 견제장치를 늘리는 방향으로 상법을 잇따라 개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근 상법 개정안을 2차례 통과시키고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회사 및 주주로 확대 등을 의무화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3차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소각을 강제화하는 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손보는 게 적합한 지 등을 검토하는 중이다.
롯데그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양국에 걸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그룹 지배구조를 롯데지주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는데 이와 맞물린 승계 작업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지배구조 재편은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일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지분을 다수 보유한 것에서 출발한다. 롯데홀딩스가 한국 비상장사인 호텔롯데, 호텔롯데가 한국 주요 계열사들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에 영향력을 미친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와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고 3세 승계 작업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준비 중이다. 공모 또는 대주주 출자를 통해 일본 자본 비율을 희석하고 롯데지주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다.
문제는 롯데지주 자사주 비중이 27.51%에 이른다는 점이다. 2017년 지주사를 출범할 당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 투자회사를 인적분할해 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 자사주가 넘어온 결과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롯데그룹은 승계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 등을 활용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특히 신동빈 회장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의 지분율이 아직 0.02% 수준에 불과해 승계 관련 방정식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CJ그룹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에 따른 여파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최근 지주사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시장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이선호 실장 승계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CJ올리브영과 CJ의 합병작업에 속도가 붙을 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CJ올리브영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시에 이선호 실장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다.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복상장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CJ그룹이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재계는 CJ가 이선호 실장 체제로 접어들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주주 보호 방안이 점차 강화되기 전 승계작업을 마무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말 기준 이선호 실장의 CJ올리브영 지분율은 11.04%다. 지주사 CJ는 보통주 기준 3.20%를 보유 중이다.
다만 상법 개정으로 CJ와 CJ올리브영 간 합병이 순탄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총수 일가에 유리하게 CJ올리브영 가치를 높게 책정하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가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는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브영 회사 가치를 무작정 높여서 양사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이밖에 CJ 역시 자사주를 7.26% 보유하고 있다는 변수가 있다. 3차 상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합병 또는 분할 시 대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