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전 세계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당초 고평가 논란 속에 실적 발표 전 주가가 큰 폭 내렸지만, 종전 가격을 단숨에 돌파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16.4% 폭등한 785.38달러(약 104만원)에 마감했다. 전날 종가(674.72달러)보다 무려 111달러 상승한 것이다.
시가총액도 전날 1조 6670억 달러에서 1조 9390억 달러로 껑충 뛰며 하루 만에 2720억 달러(약 361조원) 증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는 이달 초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스 하루 증가분(1970억 달러)을 능가한 역대 가장 큰 '시총 점프'다.
이에 따라 아마존(1조 8130억 달러)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 7970억 달러)을 제치고 시총 순위 3위 자리를 탈환하며, 시총 2조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전 세계 AI 칩 시장 80%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023년 회계연도 4분기(11∼1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고,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5%, 총이익은 769% 급증했다.
특히, 또 올해 1분기 매출도 월가 전망치를 8% 이상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를 내놓으면서 시장 주목을 받았다.
관련주인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주가도 최근 하락세를 보였지만, 엔비디아 폭등에 힘입어 32.8% 치솟았다.
이런 열풍은 대서양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엔비디아 덕분에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전날 2.19% 오른 3만 9098로 마감했다. 이에 '거품 경제' 시기인 1989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날 코스피에서도 삼성전자(0.14%), SK하이닉스(5.03%), 한미반도체(6.70%) 등 반도체주가 덩달아 상승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국내 증시가 '엔비디아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해 파급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편, 엔비디아는 동양계인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기업이다.
대만 출신인 그는 9살 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했고 1984년 오리건 주립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1992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최근 엔비디아 주가 폭등으로 세계 20대 갑부 반열 가입을 눈앞에 뒀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이날 황 CEO의 자산 가치는 681억 달러(90조 5000여억원)로 하루 만에 80억 달러(10조 6000여억원) 이상 불어났다.
이에 전날 23위였던 전체 순위는 21위로 올랐다.
젠슨 황 CEO의 자산 가치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35억 달러(17조 9000여억원)로 전체 128위 정도였다.
황 CEO는 특히 최근 시장 환경에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가 임계점(tipping point·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AI 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성장세를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