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뉴삼성 컨트롤타워 재건 더 늦출수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5 08:40
송영택 편집국장

▲송영택 편집국장 겸 산업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리더십을 짓눌러 왔던 '사법리스크'가 해소됐다. 지난 5일 3년 5개월을 끌어온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 됐다.




이재용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 당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미전실'이 무죄를 받은 것이다.


'미전실'은 삼성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과 투자기획, 각 계열사의 사업 조정과 굵직한 인수합병 조율, 감사, 법무 등 그룹 전반의 현안문제와 미래전략을 조율했다. 여기에 각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가지고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비판의 여론이 거세지자 미전실은 2017년 이 회장의 지시로 해체됐다.


하지만 재계와 경영학회 등에서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삼성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 해줄 새로운 '컨트롤타워'의 재건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꾸준하게 내놓았다.




이러한 여론이 있다는 걸 삼성도 알고 있지만 해체 지시 당사자인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없으면 조직 재건에 나설수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스스로 해체를 선언했는데 다시 만들려면 명분이 넘쳐나야 하기때문이다.


그러나 1심 무죄 선고 이후 이재용 회장이 찾은 현장과 메시지에서 '컨트롤타워' 재건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삼성SDI 생산법인 현장을 찾은데 이어 지난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았다.




두 현장에서 이 회장은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고 주문했다. 또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는 2010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미전실'을 통해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단행한 사업이다. 이 회장은 두 곳에서 투자·도전·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또 앞서 지난해 연말 단행한 인사개편과 조직신설에서도 '컨트롤타워' 재건의 의지를 엿볼수 있다. 삼성전자는 10년 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아이템 발굴에 집중하는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부회장급 전담조직으로 첫 단장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키우는데 기여한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이 선임됐다.


'미래사업기획단' 역시 이건희 선대회장이 2007년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전략기획실에 주문해서 탄생한 '신수종사업발굴 태스크포스팀(2009년 신사업추진단)'과 유사하다. 당시 신사업추진단은 '미전실' 수장 김순택 부회장이 이끌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태양광·LED·배터리·바이오·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항소로 삼성전자 등기이사와 컨트롤타워 재건 추진에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이재용 회장은 이제 당당하게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총수로서 여러 난관에 정면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16개 상장계열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800만여명의 주주와 관계사, 그리고 국민적 기대와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그룹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기업"을 지향한다면 지금이라도 지체없이 미래전략에 대한 수립과 강력한 추진력을 담보할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재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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