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필수 원료가 애물단지로…니켈 가격폭락·과잉공급에 기업들 ‘손절’ 고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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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 로고(사진=AFP/연합)

전기차동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의 가격 폭락세가 지속되는 와중에 공급 또한 향후 수년간 과잉될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광산기업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니켈 천국' 인도네시아의 저가·물량 공세로 사업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네시아로부터 거의 무한정의 저가 물량 공세라는 실존적인 위협에 세계 최대 니켈 광산들은 갈수록 암울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니켈을 비롯한 대부분의 원자재는 거시경제 환경에 크게 취약하다. 경기가 좋을 땐 수요가 몰려 원자재 가격이 오르지만 침체기엔 시장이 과잉공급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리로, 글로벌 경기에 선행적 특징을 보여 '닥터 코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니켈 시장이 직면한 상황은 다르다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인도네시아가 저가로 니켈을 지속적으로 공급함에 따라 업계 전반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고품질,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사용되는 저품질로 나뉜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투자에 힘입어 저품질 니켈 생산을 확대했는데 기술 혁신을 이루면서 과잉생산된 니켈을 고품질 제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세계 전체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엔 시장 점유율이 75%까지 오를 잠재력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공급 증가에 이어 중국 경기침체,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니켈 가격 폭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글로벌 니켈 가격은 작년 연초 톤당 3만 1200달러에서 작년말 1만 6300달러로 47% 가량 폭락했다. 이달 초에는 1만 5620달러까지 하락해 2020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에는 1만 6985달러로 가격이 소폭 반등한 상태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에 따르면 톤당 1만 8000달러의 니켈 가격은 생산의 35%가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켈 값이 1만 5000달러까지 폭락할 경우 그 비중은 75%로 치솟는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현재 가격으로 세계 니켈 광산 중 절반 가량은 수익성이 없다"며 “광산 기업 총수들은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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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니켈 가격 추이(톤당 달러)(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이에 따라 글로벌 광산기업들은 니켈 사업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글로벌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의 던캔 완블라드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네시아산 니켈 때문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인도네시아는 니켈 사업을 금방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지난 주 니켈 사업에 대해 5억 달러어치 감가상각에 나선 바 있다.


그는 이어 회사가 운영하는 니켈 광산들을 지속할 지에 대해 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 그룹의 경우 연간 30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지만 손실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부문이 니켈 사업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마이크 헨리 BHP 그룹 CEO는 앞으로 몇 달 안에 호주에서 주력으로 하는 니켈 사업을 중단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최근 인정했다. 이 사업은 이미 25억 달러의 감가상각이 이뤄진 상태다. 헨리 CEO는 적어도 2030년까지 니켈 시장이 과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광산업체인 글렌코어는 뉴칼레도니아 니켈 사업을 이미 중단키로 나선 상태다. 게리 네이글 글렌코어 CEO는 “니켈 가격이 중단기적으로 크게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앞으로 수년간 과잉공급이 예상됨에 따라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더 많은 광산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공급이 균형을 맞추게 되는 시기엔 인도네이사와 중국의 점유율만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니켈'로 돌파구를 마련하길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석탄 발전으로 니켈을 생산하고 있으며 광산 확장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친환경 니켈을 살 의향이 없으며 시장에서도 이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실상 없다고 네이글 CEO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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