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파장으로 시중은행에서 판매가 중단된 지난달 ELS 발행량이 전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28일까지 ELS(ELB 제외·원화 기준) 발행 금액은 88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월(1조6667억원) 대비 47%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2조2020억원) 대비로는 60%나 감소했다.
29일 발행분까지 포함한 2월 전체 ELS 발행액이 1조원을 밑돈 것으로 최종 집계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쳤던 2009년 5월 이후 1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ELS 발행량이 급감한 것은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지난 1월 말~2월 초부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된 영향이다.
은행은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신탁 계정으로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해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ELS 발행잔액 40조1000억원 가운데 은행 신탁 판매 비중이 62.8%에 달할 정도로 ELS는 은행 판매에 의존해왔다.
ELS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은행의 ELS 판매 자체를 중단하거나 거점 점포 판매만 허용하는 등 규제가 예상된다. 이에 ELS를 설계·운용하는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LS를 발행한 증권사는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설정자금 일부를 안전자산인 채권에, 일부는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고수익을 약정할수록 파생상품 비중이 커진다.
통상 증권사에서 장내·외 파생상품 운용을 담당하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서가 투자자 상환자금을 확보하는 헤지(위험회피)를 하게 되는데, 만약 헤지 성과가 투자자에게 약정한 수익률보다 높으면 남은 수익은 증권사 몫으로 가져가고 약정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면 이는 증권사가 손실로 떠안게 된다.
은행의 ELS 판매 중단으로 관련 시장이 위축되면 결국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효과적으로 운용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창출원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 증권사는 EL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온 측면도 있어 ELS 발행 위축은 증권사의 자금조달 리스크를 증대시킬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전체 증권사 차입 부채에서 ELS와 파생결합증권(DLS)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올해는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로 ELS 판매가 본격적으로 위축될 개연성이 있다"며 “증권사들은 ELS·DLS 발행 위축에 대비해 증권사 자금조달 창구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파생결합사채(DLB), RP매도, 기업어음(CP), 발행어음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