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의존으론 차이나 거대자본 대응에 한계
OTT·배달 키우고 ‘대만 성공모델’ 확대 급선무
매출 2% ‘저수익 구조’ 탈피 지속성장 구축해야
“조직정비, 상생경영 선도로 1등기업 역할 필요”
쿠팡이 창립 13년만에 '첫 연간흑자, 31조원 최대 매출' 달성으로 유통업계 원톱에 올랐다. 그동안 쿠팡이 줄곧 주장해온 '계획된 적자' 실현과 함께 이커머스업계 고질적 문제인 수익성 개선에 성공해 유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의 놀라온 성장을 이끈 핵심 원동력은 '로켓배송' 서비스다. 여기에 더해 배달앱·OTT(온라인 동영사 서비스), 대만 진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쿠팡 굴기(崛起)'의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의 초저가 이커머스들이 국내로 속속 진출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쿠팡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만 아니다. '유통 원톱' 쿠팡의 사업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3회에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주>
쿠팡이 지난해 첫 연간흑자 달성, 30조원 최대매출 돌파로 올해 지속성장과 실적 경신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쿠팡의 성장기세를 감안하면 거침없는 진격 행보가 예상되지만, 주변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시장에 지난해부터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온라인몰의 공세가 올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쿠팡의 방어 전략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국내에 진출한 중국 직구기업군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3개사 통칭)가 품질과 배송 측면에선 아직 쿠팡 등 국내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알테쉬의 모회사들이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 확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마켓셰어(MS, 시장점유율)'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내다본다.
◇ 신사업 성장·해외 진출 확대 관건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1914억 달러(255조원)이며, 지난해 1308억 달러(17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테무와 쉬인을 보유한 3위 핀둬둬의 시가총액도 1748억 달러(233조원)에 이른다.
국내 1위 쿠팡의 시가총액 290억 달러(38조원)과 비교하면 알리바바는 약 6.7배, 핀둬둬는 약 6.1배 많은 규모를 자랑한다.
따라서, 중국 거대 유통기업이 이같은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국시장에 물류센터 설립, 서비스 확대 등 투자 공세로 나올 경우 쿠팡은 물론, 국내 이커머스기업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성장세를 더 키우긴 위해선 커머스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전 유통학회장 출신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국내시장은 굉장히 제한적인데다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은 커머스 중심의 사업구조"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쿠팡이츠나 쿠팡플레이 같은 서비스들이 성장하면 커머스 의존 한계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쿠팡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배달앱 등 신사업을 적극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해외 진출을 늘려야 한다는 충고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이 1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는데 상당한 비전이긴 한데 이게 계속 가능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대형마트도 한때 유통산업 1등이었지만 지금은 백화점-편의점-이커머스에 밀려 4등으로 추락했다"고 환기시키며, “사업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쿠팡이 대만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더 진출해서 '아시아의 아마존'으로 성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이미 2022년 10월부터 한국에서 입증한 '로켓배송' 모델을 대만에 도입해 현지에서 빠른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김범석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2월 2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대만로켓 출시 뒤 현지고객과 매출이 지난해 2개 분기(3~4분기) 동안 2배 증가했다"며 “한국에서 로켓 출시 후 같은 기간 경험한 성장률을 넘어섰다"며 해외성과를 자랑했다.
이에 힘입어 쿠팡은 대만에 물류센터 2곳 구축에 이어 올해 상반기 1곳을 추가 건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해외진출 확대 가능성도 기대된다.
◇ 지속 가능성 위한 '수익성' 강화, 조직정비 필요
차이나 이커머스 공세를 이겨내기 위한 쿠팡의 또다른 과제로 '수익성 강화'가 꼽힌다.
창립 13년만에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하긴했지만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이 아직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수익성 확대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공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연매출 31조 8298억원(243억8300만 달러, 연평균 환율 1305.41 기준), 연간 영업이익 6174억원(4억7300만달러)을 나란히 기록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도 미치지 못한다.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이동일 세종대 교수는 “쿠팡의 실적을 보면 거래를 30조원 성사시키고, 유통마진을 2% 수준으로 가져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수익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쿠팡이 단기간 급성장을 이룬 것에 비해 조직 정비가 덜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근로자 업무환경 및 협력사와 관계 개선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솔선수범하는 경영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연승 교수는 “쿠팡이 단시간에 성장을 했기 때문에 일종의 성장통을 겪었다"며 “이제는 1등기업으로서 협력사나 경쟁사들과에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일부 부정적 시각들이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