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결과, 베셀 부분 자본잠식… ‘한계 기업’ 정의 부합… 회계 불확실성 우려 커져
-금감원, 2022년부터 경고음… 감사 본부장 ‘비금융’으로 바뀐 삼정KPMG 현미경 실사 ‘예상’
-제조업&서비스업 동시 경영 속 바이오, 채굴 관련 투자도 ‘병행’… 공통점은 모두 ‘적자’
'팝콘TV'를 운영 중인 THE E&M(이하 더이앤엠)의 자회사 베셀이 실적 발표 결과, 공시 기준 부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계속 기업의 불확실성과 같은 '회계리스크' 우려는 점증됐다.
지난 달 14일 베셀은 실적을 발표했다. 261억원의 매출액과 125억원의 영업손실, 2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7%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91.2%, 62.3% 증가했다.
베셀의 실적악화는 이미 예견된 바였다. 지난해 12월 5일 정정된 투자보고서에서 상상인증권은 “들쑥날쑥한 실적은 전방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의 공정이 기존 LCD 위주에서 OLED 위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불경기 및 중국의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도시 폐쇄 및 이후 경기 침체 등에 따라 적극적인 시장점유율 확장에 나서지 못하여 신규 장비 발주가 미진했던 것 때문"이라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를 비롯한 전방산업의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베셀와 같은 생산 장비 업체의 영업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경고장을 날린 상태다.
베셀은 이번 실적에 대해 “중국발 디스플레이 장비 납품 수주가 급감하며 매출액이 감소했다"면서 “원자재 상승에 따른 비용 이 증가했고 재고자산 손상차손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계기업化, 까다로워진 감사
매출액에 육박하는 당기순손실로 베셀은 자본잠식이 현실화됐다. 배셀의 자본총계는 273억원으로 자본금 399억원을 하회, 31.5%의 부분자본잠식에 빠졌다. 부분자본잠식은 실적 악화로부터 비롯됐다.
베셀의 21년 이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고 있다. 21년부터 줄곧 손실이다. 적자가 누적되며 2022년말 잉여금은 사라지고 결손금이 생겨났다. 올해 역시 영업손실을 기록, 한계기업의 정의에 부합하게 됐다.
금융당국에서는 경고음을 22년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 금융감독원은 3년 영업손실, 3년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을 이유로 삼정KPMG로 직권 지정했다. 직권 지정은 '증선위 감리결과에 의한 감사인 지정 조치, 관리종목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경우'에 지정한다. 당연히 감사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정KPMG는 기존 자유수임한 대주회계법인보다 큰 '가군'회계법인이고, 금감원이 직권 지정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정KPMG로 감사인이 변경되고 난 이후 이미 경고음은 나왔다. 삼정KPMG가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을 지적한 것. 회계 제도는 사업을 꾸준히 영위할 것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적자가 이어지면서 결손금이 쌓이면 회사가 존속하기 어려운데 삼정KPMG는 베셀이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상상인증권은 △상장폐지 가능성 △계속기업의 가정 불확실 △감사의견 부적정 의견 가능성 등을 모두 언급했다. 물론 보수적으로 작성하는 투자설명서 특성상, 상장폐지 가능성 등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감사의견 부적정부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3가지를 모두 언급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9월에 유상증자를 하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새로 공시한 7개의 기업 중 3가지가 모두 언급된 기업은 없었다.
◇올해도 적자 예상… 디스플레이 제조와 무관한 '모든' 등기이사
베셀의 유상증자는 '미봉책'이란 지적이 상당했다. 유상증자 당시 베셀은 올해 현금이 빠져나갈 것을 가정하고 자금 계획을 짰다. 당시 오너인 더이앤엠 측은 올해 베셀에서 187억원의 현금이 유출될 것을 가정했다. 그 가운데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베셀은 자금 유입 시 우선 103억원은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연구개발비용도 '경상'적인 R&D 비용에 그친다.
베셀의 최대주주인 더이앤엠의 경영 의지도 물음표가 달려있다. 현재 베셀의 최대주주는 팝콘TV를 운영 중이다. 더이앤엠은 지난해 2월 베셀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매각을 시도했다. 단기간 급성장을 시켜 비싼 값에 파는 것이 아니고, 올 2월에 인수한 가격과 같은 가격에 매각하려고 했다.
베셀의 등기 이사진들은 더이앤엠과 겸직 중인데 두 회사를 동시에 경영하는 것에 시너지가 적어보인다. 더이앤엠의 팝콘TV는 인터넷 방송으로 서비스업이고, 베셀은 제조업이다. 업태부터 다르다. 더이앤엠은 소비자와 맞닿아있는 전방 산업인데 반해 베셀은 후방 산업이다. 사업의 골격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다.
또 더이앤엠 수뇌부는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채굴, 바이오까지 다양한 산업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베셀 이외에도 △닛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텅스텐 채광 및 자동체 부품 관련 기업 CBI △바이오 플랫폼 기업 루카에이아이셀 등을 투자하며 디스플레이 이외에 채굴과 바이오 산업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피투자기업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47억원, 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아울러 전문성도 의심스럽다. 경영 전반에 대한 주요 의사 결정을 해야하는 등기이사진들 중 디스플레이 사업 종사자는 없다. 과거 권현기 대표나 신환률 이사, 김태규 이사 모두 디스플레이와 무관하다.
상상인증권은 “비록 증권 신고서 작성 기준일을 기준으로는 해당사항이 없으나, 앞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등의 사정 변경이 발생할 경우 '코스닥시장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주요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