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세권 활성화 사업, 노선상업지역 대상지까지 확대
용도지역 중첩 노선상업지역, 용적률 1107% 상향까지 기대
“세계적 대세라지만 현실 가능성·부작용 고려해야”
서울시가 현재 저층 건물 위주인 도심 주요 상업 지대의 이면도로 지역에도 고층 빌딩을 짓도록 허용해주기로 했다. 용적률이 150%인 주거지역을 용적률 1100%인 상업지역으로 탈바꿈하는 마법을 통해 대로변에만 즐비한 고층 빌딩을 특정 지역에 밀집하도록 유도해 뉴욕의 맨해튼처럼 '콤펙트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지역의 고밀도 개발 허용에 따라 예상되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없어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역세권 활성화 사업, 노선상업지역 대상지까지 확대
6일 시와 업계에 따르면 시는 '역세권 활성화사업' 대상지가 주요 간선도로변까지 확대한다. 이에 따라 간선도로변 중 '노선형 상업지역'을 포함하는 가로구역이 역세권 활성화 대상지에 포함된다.
역세권 활성화 사업은 지하철역 승강장 350m 이내 가로구역에 해당하는 부지의 용도지역을 상향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사업이다.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50%는 공공기여를 받아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앞서 시는 '더 머물고 싶은 도시'를 실현한다는 이유로 '노선형 상업지역' 일대의 용도지역을 상향해서 '관광숙박시설'을 조성하고자 했다. 이미 지난해 7월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에 노선형 상업지역을 포함할 수 있도록 조례가 개정된 바 있다.
◇ 용도지역 중첩 노선상업지역, 상업지역 하나로 통일
노선상업지역은 특이하게 둘 이상의 용도지역을 갖고 있다. 이에 노선상업지역은 용도지역이 두개 이상 있어 복잡한 용적률이 계산된다. 포털 지도앱으로 볼 수 있는 지적편집도로 살펴 보면 간선도로변 양측 분홍색 띠를 이루고 있는 부분이 노선상업지역을 가리킨다. 다만 한 필지에 대로변 분홍색은 상업지역으로 들어가고 노란색은 제2종 주거지역으로 들어간다.
이에 이 용도지역에서 용적률을 받으려면 상업지역과 일반주거지 평균을 구해 적용받게 된다. 예로 서울시 조례에 따라 전체 대지면적 1000㎡ 중 상업지역이 600㎡(용적률 상한선 800%), 2종 일반주거지역이 400㎡이면 '(600㎡*800%)+(400㎡*150%)/1000㎡을 하면 540%의 용적률이 나오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선상업지역은 기형적 건축물을 양산하게 했다.
하지만 시의 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따라 앞으로는 노선상업지역은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자 하면 '복합용도'로 변경할 시 하나의 용도지역으로 변경이 가능하게 된다. 예로 역세권 기능을 확보하고 공공기여를 설치하고 복합용도를 적용하면 용적률 상한선 800%인 상업지역을 개발할 시 관광숙박시설(최대 160%p), 창의·혁신디자인(110%p), 친환경 건축(37.5%p)을 모두 적용하는 경우 최대 1107.5% 용적률을 받게 되는 셈이다. 2종일반주거지역은 일반상업지역으로 적용돼 무려 4단계 용적률이 뛰어오른다.
대표적으로 강남권에 있는 도산대로, 강남대로, 언주로, 봉은사로 등 노선상업지역과 도심권 율곡로, 충무로, 기타 청계천로, 은평로, 영등포로 등 약 94만9000㎡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특히 강남 도산대로는 사업성이 워낙 좋다 보니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다만 일괄적인 적용은 아니다. 강남 신사역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종사하는 A씨는 “공공기여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그렇게 높게 용적률을 받아가도 사업성이 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 사업자들이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투자자들은 도산대로 노선상업지역 투자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 고밀개발 콤팩트시티는 대세?
시는 최근 콤팩트시티 확대에 대한 의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는 용적률 1700%를 적용해 100층짜리 초고층 건물 등을 내세운 '콤팩트시티'를 구상했다. 또 이미 시의 역세권 활성화 사업 자체가 '콤팩트시티' 특성을 띄고 있다.
콤팩트시티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홍콩 까우룽(코우룬·kowloon)과 프랑스 유라릴 개발사업이 콤팩트시티 성공모델로 꼽힌다. 일본에서도 충분한 주택공급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와 늘어나는 빈집으로 인해 '팽창에서 축소' 도시로 가는 분위기다.
다만 콤팩트시티는 단점도 분명하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다른 건물의 일조권이 침해돼 법적다툼이 생길 수도 있고, 고밀도 개발로 인해 교통난 등 추가적인 인프라 조성에도 막대한 재정이 들어갈 수 있다. 구도심의 쇠락을 촉진시키고 지방 소멸을 부추길 수도 있다. 또 초고층으로 올리는 만큼 엄청난 공사비가 들어가고 지하개발도 필요해 재원 조달의 난이도가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밀도 개발에 의한 구도심 저하는 세계 모든 곳에서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도해 볼 만한 정책"이라며 “다만 최근에는 부동산 PF부실 우려나 공사비 급등 등 이유로 사업이 곧바로 활성화되기에는 어려운 측면은 있고, 중장기적으로 길게 봐야 할 사업"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