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도 아니고”…관(官) 주도 장기 에너지수급계획 비판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07 14:51

에너지전환포럼·주한영국대사관 청정에너지 세미나

기술발전 및 글로벌 환경 급변, 15년 장기계획 의미 없어

전력시장 독점 구조로 탄소중립 한계, 시장 개방 필요

에너지전환포럼

▲지난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에너지전환포럼과 주한영국대사관 주최로 청정에너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촬영=윤병효 기자

정부 주도로 장기 에너지 수급 계획이 세워지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기술발전 등 환경이 변하고 있는데 관 주도로 10년 이상의 수급계획을 세우는 것은 시대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탄소중립 달성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에너지전환포럼과 주한영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청정에너지 토론회에서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15년 후를 내다보고 전력 수급계획을 세울 수 있나"라며 “기술발전이 어떻게 될지,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되는지, 주민들은 이걸 수용할 수 있을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청정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시장 제도 개선을 주제로 진행됐다. 조 교수의 지적은 15년 기간의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관 주도의 장기 에너지 수급계획으로는 청정에너지 확대 등 새로운 에너지환경을 전혀 담거나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어 “심지어 정치권까지 에너지 수급계획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지난 정부에서는 좌편향 정책을 냈고, 이번 정부는 우편향 정책을 낼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환에서 수년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전환에 성공하려면 '플랜(계획)'이 아닌 '룰(규제)'로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과 마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너무 강하다"며 “신재생에너지가 (발전시장에) 들어온다면 그 사업자는 돈을 벌어야 하고 그 돈으로 새로운 그리드에 투자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시장 메카니즘이 전혀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플래닝이 아니라 시장시스템 하에서 참여자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정확한 룰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영국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의한 아웃룩을 만들고 시장 시스템을 만들어 가격은 어떻게 할 거니까 들어올 참여자는 들어오고, 나갈 참여자는 나가도록 하는 등의 자율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기준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총발전량의 40%를 차지했다.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0%도 안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운 부분이다. 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영국이 어떻게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게 됐는지,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대이비드 십워스(David Shipworth) 런던대 교수는 “영국에는 풍력 자원이 풍부하다. 해상풍력은 가장 저렴 발전원으로 자리잡았다"며 “영국 정부는 용량 메커니즘을 운영하고 있어 추가 발전이 필요한 경우 이를 연결한다. 용량은 가스발전소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총 발전사업자 수는 6333개이다. 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6184개로 97.6%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발전시장이 매우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반면 전력시장 구조는 공기업 한전이 전력 도매 및 소매 시장과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이 구조로는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참석자들은 영국이 어떻게 전력시장 구조개편에 성공했는지를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십워스 교수는 “(한국의) 전력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정치적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공기업 독점체제를 유지하는 구조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청정에너지 체제는 계통 유연성이 필요하고 이는 가격 신호를 통한 DR(수요관리)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개방 체제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궜지만 그에 따른 탄소배출 책임감도 컸다. 그 일환에서 마가렛 대처 정부(1979~1990년)가 석탄광산을 닫으면서 기후변화로 전환했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양당이 모두 탈탄소를 적극 지지하게 됐다. 특히 탈탄소 분야가 영국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선두를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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