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에너지+]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 실내도 안심 못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0 15:40

WHO “흡연 등 오염물질과 맞물려 실내공기오염 사망자 年430만명”

4~5월 꽃가루 극성 대기오염 악화 폐질환·천식 환자 ‘숨쉬기 초비상’

실내환기 3~5분에 물걸레 먼지 제거 필수…외출땐 KF마스크 쓰도록

미세먼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것이 상책이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이나 기관지 천식 환자들은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미세먼지 대책을 실천해 증상의 악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박효순 기자

입춘에 이어 경칩이 지나고 기온이 서서히 오르면서 미세먼지 '나쁨' 등 공기의 질이 불량한 날이 늘어날 전망이다.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의 일상화에 황사와 꽃가루의 공습이 겹치면 몸도 마음도, 정신도 피부도 악화되고 황폐해지기 쉽다.




미세먼지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인체 호흡기다. 수목류의 꽃가루까지 겹치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기관지천식(천식) 환자들은 자칫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보통 3월은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다. 기상청은 “올해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고기압 영향을 주로 받아 대기 정체로 인한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정부도 이달 31일까지 관계부처 합동 총력 대응 체제를 가동한다.



대기오염물질에는 가스상 물질과 입자상 물질이 있는데 미세먼지는 대기 중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리는 아주 작은 '입자상 물질'(PM, Particulate Matter)을 말한다. 보통 PM10(10㎛, 0.01㎜) 이하를 미세먼지라고 한다. PM2.5 이하는 초미세먼지, PM1 이하는 극초미세먼지다. 죽음의 먼지, 잿빛 재앙, 은밀한 살인자 등 미세먼지를 표현하는 말만 보아도 그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구강·호흡기 점막을 통해 체내로 침투해 염증반응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고 사망률 위험성을 높인다. 대표적으로 천식과 COPD(만성폐쇄성 폐질환)의 발생이나 악화를 유발한다. 수개월 동안 장기 노출뿐 아니라 며칠이나 몇 주일 내의 단기 노출도 매우 위험하다.




◇ 기상청 “올해 기온 높고 고기압 영향 '고농도 초미세먼지 빈발 가능성"


10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COPD는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생겨 만성적인 기침이나 가래로 인해 숨이 차는 등 호흡곤란 증상이 생기고 폐활량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서서히 발생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검사를 하지 않을 경우 진단이 늦어지기 쉽고, 방치하면 계속 진행하면서 호흡 기능을 잃게 되는 병이다. COPD로 인해 숨쉬기가 어려워지면 이미 폐 기능이 50% 이상 감소한 상태에 접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세먼지가 심하고 건조한 날씨에는 기도(氣道)의 말단 부분이 좁아지는 기관지 수축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COPD 증상이 쉽게 악화할 수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에 따르면, COPD의 악화란 갑자기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은 경우나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심한 호흡곤란 상태(급성 악화)뿐 아니라 증상이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악화로 본다. 급성 악화란 '증상이 매일매일의 일상적인 변화 정도를 벗어나서 약제(항생제 또는 스테로이드)를 변경하거나 추가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갑자기 나빠진 상태'를 말한다.


COPD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막는 일이다.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특별히 없으므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마스크를 꼭 쓰고, 금연과 더불어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시내 미세먼지

▲기온이 상승하는 봄철이 다가오면서 미세먼지와 꽃가루 등 농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악화된 대기환경에 따른 천식 및 폐질환 환자들의 건강관리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미세먼지로 뿌여진 서울 시내 모습. 사진=박효순 기자

◇ 국내 천식 입원환자 비율, OECD 평균보다 2배 높아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천식이란 폐로 연결되는 통로인 기관지의 질환으로, 특정한 유발 원인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기관지의 염증에 의해 기관지가 심하게 좁아져 기침, 천명 (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기관지의 염증으로 기관지 점막이 부어오르고 기관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점액이 분비되고 기관지가 막혀 숨이 차게 된다.


미세먼지는 항산화 물질 감소를 초래하고 체내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염증을 유발하며, 기도 내 염증성 손상과 알레르기를 유발해 천식에 영향을 미친다.


발작적 기침 등 천식 증상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한 악화로 인해 입원이 증가한다. 미세먼지(PM10) 40μg/m 증가 시 천식 관련 입원 위험도를 4% 증가시킨다. 2019년 데이터 기준으로 천식이 악화돼 입원하는 비율은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6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2명과 비교해 2배 가량 높다.


미세먼지에 시달려 민감해진 기관지는 4~5월 수목류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면 천신 발작의 위험성이 몇 배로 증가한다. 처방받은 약물을 꾸준히 사용하면서 천식을 잘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이다. 약물치료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 면역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 물마시기·가글·식염수세척 자주 하고, 녹황색 과일·채소 섭취 권장


미세먼지·부유먼지가 많은 날은 가급적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한다.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고 가글과 양치질, 비강 내 생리식염수 세척 등을 해준다. 충분한 수분은 코와 호흡기 점막의 수분량을 유지해 먼지를 잘 흡착해 배출시켜준다. 항산화 기능이 큰 녹황색 채소, 과일, 해조류의 적당한 섭취도 도움이 된다.


환기할 경우에는 3∼5분 이내로 하고, 환기 후에는 먼지가 쌓이기 쉬운 부분들을 물걸레로 깨끗하게 청소해준다. 농도가 급증하는 시간대(출퇴근 시간 등)에는 환기를 피한다.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흡연 또한 당연히 금지다. 고기나 생선을 굽는 등 음식물을 조리할 때도 미세먼지가 유발되므로 환기를 적절히 한다. COPD나 천식같이 대기오염에 민감한 환자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질 때까지 가급적 창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연간 430만명이 실내 공기오염 노출로 조기사망한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실내 공기도 상당히 좋지 않다. 실내공기 오염의 주범은 환기 과정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흡연, 촛불, 조리 등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과 탈취제, 접착제, 스프레이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환자, 노인, 아동, 임신부 등 건강에 취약한 사람들은 실내라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미세먼지 대비책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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