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
세계는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의 대변혁기에 있다.
이미 40여 년 전에 독일 생태응용연구소가 사용한 'Energie wende(에너지 전환)'가 세계적 화두가 되는 이유는 지속가능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우 사태를 겪으면서 다중위기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자원을 재할당하고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에너지 전환을 '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적정한 가격수준을 가지면서 에너지 안보를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고 정의한다.
2023년 우리나라의 세계 에너지 전환지수(Energy Transition Index, ETI)는 31위이다. ETI의 40개 세부 지표(총 100점) 중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가율 항목은 2.1점,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0.9점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전환의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평가 기준이다.
한편, 천연가스는 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유연성 자원, 장기적으로는 공급 안정성에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Shell의 “2024 LNG Outlook"에 따르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거래량은 2023년 4억톤에서 2040년에는 최대 6억8000톤까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천연가스시장에 유례가 없는 성장을 이룩한 국내 도시가스산업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수 있다.
첫째, 국내 도시가스산업의 시스템적 성과와 에너지 전환을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내 도시가스 사용 가구는 2000만개를 넘었다. 5만㎞의 공급망을 구축, 전국 공급망 체계를 완성함으로써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85%에 달한다. 통합안전관리시스템(TSM) 구축으로 국내 유틸리티사업 중 재해율이 가장 낮다. 현재 혼소 공급을 준비하는 도시가스 공급설비는 수소경제를 앞당길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 공급시스템이 될 것이다.
둘째, 천연가스의 확장성이다. 천연가스는 발전 등에 한정된 재생에너지나 수송용에 집중되는 석유와 달리 발전은 물론, 가정, 상업, 건물, 수송, 원료용까지 거의 모든 용도에 공급이 가능하여 현존 에너지원 중 가장 범용적인 에너지이다. 냉난방 겸용과 전력피크 완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연료전지와 같이 분산에너지원의 강점도 갖고 있다.
셋째, 교란성 기술로, 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 등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감이다. CCUS가 상용화 된다면 세일혁명과 더불어 에너지 전환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CCUS의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8%로 제시한 바 있다. 메타네이션 기술도 같은 맥락에서 기대감이 고조된다.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우리나라의 전력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0.4468 Co2톤/Mwh으로 천연가스(0.2137)의 두 배가 넘는다. 현재 8%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인다면 2035년이 되어야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천연가스와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한계점을 감안하고, 천연가스 부문의 기술 혁신에 진전이 있다면 2050년이 되어도 천연가스의 경쟁력은 지속된다.
프랑스는 지난 1월 에너지 '주권법(Energy sovereignty bill)' 초안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전환의 의지를 천명하면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도 '천연가스 우선법'을 25개 주가 채택했다.
'에너지 전환=재생에너지'라는 편협된 등식에 함몰되지 말고,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천연가스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경제성, 안보, 지속가능성이라는 에너지 전환의 트라이앵글을 모두 갖춘 국내 도시가스산업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선봉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