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전·가스公 등 에너지공기업 재무개선, 목표 초과달성에도 여전히 ‘갈길 멀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3 11:04

최남호 2차관, 13일 에너지공기업 재정건전화 이행 점검

“2023년 에너지공기업 재정건전화 목표 대비 144%로 초과달성”

업계 “한전 누적적자 40조, 가스공사 미수금 13조 등 여전히 심각"

"시장구조 개편, 요금정상화 등 근본 개선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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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에너지공기업들의 재정건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안덕근, 이하 산업부) 최남호 2차관은 에너지공기업 재정건전화 이행실적 및 향후계획, 올해 주요 업무 추진을 위한 협력사항 논의를 위해 13일 한전, 가스공사 등 14개 공공기관과 '에너지공기업 경영혁신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되었던 12개 에너지공기업의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른 2023년 이행실적 점검이 이뤄졌다. 그 결과, 당초 목표 절감액(8조2458억원) 대비 144%의 비용을 절감(11조8658억원)해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산매각 △사업조정 △비용절감 △수익확대 △자본확충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회의에 참석한 에너지공기업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영혁신 성과를 내기 위해 올해에도 재정건전화 이행을 차질없이 수행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남호 2차관은 “에너지공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결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간 노력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경영효율화가 가능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누적적자는 여전히 40조원이 넘고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13조원이 넘는 상황이라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전은 지난해 하반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연간으로는 여전히 4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자구노력보다는 국제유가와 전력도매가인 계통한계가격(SMP)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한전은 여전히 지난해에 올리지 못한 기준연료비 kWh(킬로와트시)당 최소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산업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2026년까지 투자 축소, 자산 매각, 인건비 감축, 희망퇴직, 영업망 광역화 등을 담은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과 디젤발전,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과 푸제이즈 풍력발전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산들은 수익성이 높아 알짜 자산을 팔고 부실자산만 남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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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도 2022년 말 약 8조6000억 원이던 미수금이 지난해 말 기준 13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1년 사이 4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미수금은 회계상 자산으로 잡히지만 가스요금이 올라야만 받을 수 있는 돈이다.


가스공사의 올해 상반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지난해 말 대비 3조6579억원 증가한 12조2435억원이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수입해온 금액 중 가스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의미한다. 가스공사는 가스를 외부에서 사 온 금액보다 싸게 팔아 적자가 생기면 이를 '미수금 자산'(기타 자산)으로 분류해 놓고 나중에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한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라 (가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이 상황으로 그냥 간다면 7년 내지 8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결국 한전과 발전사의 총괄원가와 투자비 등을 보장하는 수준의 연료비연동제 등 시장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전력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2020년에 연료비연동제, 기후환경요금 등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 결과 한전이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력시장이 유지되도록 원칙 안에서 연료비 변동분을 적절히 반영되면 되는데 항상 여론을 의식해 자구노력 등을 강조하니 요금구조와 재무구조가 갈수록 꼬이게 된다. 정부가 이런 본질적인 부분을 외면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 등 공기업의 방만경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지분구조 상 정부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민간 기업과 달리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하는 리더십을 펼치기가 어렵다. 알짜 자산 매각 검토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회사라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산을 여론에 떠밀려 성급하게 헐값에 매각하거나 투자를 축소하지 않는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제살 깎아먹기 자구노력을 할 거라면 차라리 민영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에너지공기업의 올해 주요 업무 추진을 위한 협력사항도 논의됐다. 각 에너지공기업은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 추진계획, 기술개발 계획 등을 발표했다.


에너지공기업은 재정건전화를 위한 경영혁신을 지속하는 한편, 주요 업무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사업과 투자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탄소중립을 이행하면서도 에너지안보를 공고히 하는 것이 전 세계 에너지정책의 공통된 목표"라면서 “무탄소 에너지로의 전환과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 확보에 에너지공기업이 앞장서 줄 것"을 주문하였다. 특히 “전력수요 변동성이 커지는 봄철 전력 경부하기에 대비해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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