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너지X액트]주주연대-KCGI, DB하이텍 주총 위해 다시 손잡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4 11:00

-사측 이사 수 8인 제한으로 양측 갈등상황 몰렸지만

-주주연대&KCGI, 정기주총 안건 찬반 대부분 '통일'

-DB하이텍의 주주연대&KCGI 압박, 연합으로 대응

DB하이텍 주주연대와 행동주의펀드 KCGI가 정기주총을 위해 일시적으로 다시 손을 잡는다. 회사측에서 이사 수를 8인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을 활용, 주주연대와 KCGI를 동시에 압박하려는 수순에 나서자 양 측이 연합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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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상목 DB하이텍 주주연대 대표이자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대표가 행동주의 펀드 KCGI 및 DB하이텍 사외이사로 추천한 윤영목 아스텔라비앤씨 대표와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DB하이텍 이사수 8인 제한, 자사주 소각 등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의 배경은 이달 28일 예정된 정기주총 때문이다. 양 측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KCGI는 윤영목 아스텔라비앤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상정하는 주주제안을 했고, DB하이텍 주주연대에서는 한승엽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SPC)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1.42%갖고 있고, 주주연대는 3.85%를 보유하고 있어 양 측 모두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상적이라면 양 측이 제안한 주주제안은 동시에 통과 가능하다. 그간 정관에 명시된 이사 수는 '4인 이상'으로 별도의 정원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DB하이텍 정기 주주총회에서 DB하이텍이 이사회 정원을 4~8명으로 조정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안건으로 올리며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DB하이텍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으로 '6인 체제'다. 이 중 황철성 사외이사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회사 측은 이번에 황 이사를 사외이사에 재선임하고 이상기 DB하이텍 기술개발실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이번 정기 주총에 상정해 놓은 상태다. 만약 두 사람 선임안이 가결되면 이사회 멤버가 7명이 된다.


달리 말하면 한 자리를 두고 주주연대와 KCGI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CGI가 제안한 후보가 이사회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앞서 KCGI는 지난해 DB그룹과 블록딜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사실상 사외이사 지명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윤 후보자는 DB하이텍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았기에 최대주주 측도 찬성할 전망이다.




주주연대의 이사회 진입은 희박한 상황이 됐다. 정관으로 이사의 수를 8인으로 제한, 주주연대가 정기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을 한 상황에서 이들이 추천한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사실상 차단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이 이사 1자리를 제안하고 KCGI와 주주연대를 경쟁 붙이는 구도"라면서 “그리고 KCGI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주연대, KCGI와 손 잡으며 경쟁 대신 연합 택해

하지만 주주연대와 KCGI는 경쟁 대신 연합을 선택했다. 양 측은 주주총회 안건에 하나 된 목소리를 내기로 합의하는듯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 측의 연합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물론 지난해 말까지 주주연대와 KCGI의 관계는 좋았다. △DB하이텍의 100% 자회사인 DB글로벌칩(팹리스)에서 김주원 부회장의 광고회사 DB커뮤니케이션즈에 30% 초반 지분출자 △DB의 광고계열사 설립에 김주원 20% 미만 지분 보유로 사익편취규제 회피 △DB의 지주회사 강제전환 피하기 위해 자회사 물적분할 및 손자회사 합병 추진 의혹 등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DB하이텍을 개선하는데 뜻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KCGI가 DB하이텍 주식 250만주(5.6%)를 주당 6만6000원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하며 거리가 멀어졌다. 공개매수가 아닌 블록딜로, 주주비례적으로 공개매수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가도 빠졌다. 블록딜이 있었던 28일 5만9000원이었던 DB하이텍의 주가는 이후 4만5000원대까지 25% 가까이 빠졌다. 주가 하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의 몫이었다.


주주연대는 KCGI의 블록딜로 피해를 받지만, 주주총회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 차원에서 KCGI와 손을 잡았다. 자칫 루즈루즈(Lose-Lose)게임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하고, 주주제안 안건의 찬성율을 높이는 윈윈(Win-Win)게임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주주연대

▲주주 연대의 주요 주장

양 측은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대부분 통일했다. KCGI는 △정관 일부 변경(자기주식 소각 권한 추가)의 건(주주제안-소액주주연대) : 반대 -> 찬성 △자기 주식 소각의 건(주주제안-소액주주연대) : 반대 -> 찬성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한승엽 선임의 건(주주제안-소액주주연대) : 반대 -> 찬성으로 선회했다. 마찬가지로 주주연대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윤영목 선임의 건도(주주제안-캐로피홀딩스) : 반대 -> 찬성으로 선회했다.


이상목 DB하이텍 주주연대 대표는 “우리가 KCGI와 싸우는 것은 DB하이텍이 바라는 일"이라면서 “DB하이텍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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