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출연 복지재단 소유 삼동흥산 상대로 거래
DB삼성동빌딩 토지·빌딩 858억원에 매입 공시
차입금 사용 촉각… DB하이텍 지분 비율 희석 효과
지주사 요건 이미 충족…연말까지 미세조정 나서나

▲DB CI
코스피 상장법인 DB Inc.(이하 DB)가 사옥으로 사용하던 건물과 토지를 매입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해당 부동산의 현재 소유주는 강원여객, 강원흥업, 강원일보 등 강원지역 동부그룹 계열사 16곳이 주식을 출연해 설립한 동곡복지재단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부동산 매입이 DB의 지주사 전환을 막고자 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동흥산 소유 본점 건물 매입
14일 DB는 본점으로 사용 중인 서울 강남구 소재 DB삼성동빌딩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수금액은 858억원으로 현재 자산 대비 약 20% 수준이다.
DB는 양수 목적을 사옥 취득이라 공시했으며, 양수에 따른 영향은 '중장기적 자산가치 제고 및 업무환경 안정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거래상대방은 삼동흥산이라는 비상장법인이다. DB 측은 이 회사와 관계 부분을 공란으로 남겨두고 공시했다.
하지만 삼동흥산과 DB는 사실 매우 밀접한 관계다. 삼동흥산의 최대주주는 동곡사회복지재단이다. 이 곳은 지난 1989년 DB의 계열사인 미륭건설, 동부고속 등이 보유했던 강원여객, 강원흥업, 강원일보 등의 지분을 출연해 세운 동곡사회복지재단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DB와 삼동흥산의 거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동흥산은 DB메탈과 DB월드의 지분도 보유 중이다.
삼동흥산의 지난 2022년 기준 감사보고서에는 총자산 규모가 1029억원이며 이중 유형자산은 380억원이라고 나와있다. 이번 유형자산 매각을 통해 자산가치가 재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DB Inc가 858억원에 매입한 건물과 토지 전경. 사진=네이버지도 캡처
◇자산 늘어나 지주사 전환 늦어질 듯
한편 이번 사옥 매입으로 DB는 지주사 전환의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매년 연말을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초과하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이면 지주사로 전환되며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법에 따라 자회사의 주식을 모두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DB는 주요 자회사로 DB하이텍을 두고 있다. 현재 지분율은 18.45%다.
지난해 기준 DB의 자산총계는 8794억원이며, 이중 DB하이텍 지분 801만2783주(18%)의 가치는 약 4696억원이다. 비율로는 53.4%로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했다.
요건 충족에 따라 공정위가 DB에 지주사 전환을 결정할 경우 DB는 DB하이텍의 지분을 사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일으켜야 한다.
DB는 이번 사옥 매입 공시에서 자금 조달 방법으로 보유자금과 차입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자금을 차입하는 만큼 자산 규모는 증가한다. 만약 이번 사옥 매입 금액 전액을 차입해서 사용하면 DB의 자산규모는 단순 계산으로 9651억원까지 늘어난다. DB하이텍의 지분가치가 5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자산 늘리고 자회사 주가 떨어져야 '딜레마'
그동안 DB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 DB메탈을 흡수합병하려던 것도 그 일환이다. DB가 DB메탈을 흡수했다면 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 DB하이텍의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 대비 50%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합병은 주주들의 반발에 철회됐다.
DB가 지주사 전환을 계속해서 피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사옥 매입처럼 회사의 자산 규모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는 DB하이텍의 주가가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자회사의 주가 하락을 시도하거나 방조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DB 주주는 “딱히 사옥을 매입할 이유도 없고 그럴 여력이 있으면 배당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회사가 수익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지주사 전환 이슈 대응만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