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그룹, 김영준 전 회장 보석 이후 주주연대와 소통 사실상 ‘단절’
-임시주총 통과 위한 지분 확보 과정에만 이용
-주주연대, 김 전 회장의 보석 취소 후 재구속 탄원서 서명 1만 명 돌파
김영준 이화그룹 전 회장의 보석 석방 이후 이화그룹과 주주연대 사이의 소통이 더욱 소원해지고 있다. 이화그룹은 주주연대가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면 소통 자체를 사실상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부 형사부는 김 전 회장이 신청한 보석을 지난달 23일 인용했다. 그가 석방됐을 당시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전과 2범, 200억원이 넘는 국세 체납 등 개인적인 이유로만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순환출자를 통해 이화그룹 지분 1주도 없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기에 비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개연성이 상당했던 점도 반대의 이유였다.
그 우려는 주주연대와 소통 단절로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주주연대는 김 전 회장과 그의 측근을 경영진에서 배제해 이화그룹을 정상화시키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가 석방된 이후 이화그룹 임원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말 김명종 이트론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것. 이트론 이사회는 김 대표의 대표 자리를 박탈했다. 김 이사는 이화그룹에서 한국거래소, 주주연대와 소통하던 인물이다.
김 대표의 해임 이후 이화그룹은 주주연대와의 소통보다는 거래소의 개선사항 이행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달에 있었던 임시주총 안건 선임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주주연대는 △이사의 수 상한 제한을 풀거나 늘리는 방식의 정관 변경 △사외이사 수를 사내이사 수와 동수 혹은 그 이상으로 하는 정관 변경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사진은 거래소에서 요구한 이사나 감사를 선임 시, 이사회의 이사가 과반수 참석해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이사회에서 추천한 사람을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안건 삭제만을 상정했다. 쉽게 말해 독소조항 제거만을 위한 안건만 임시주총에 삽입한 것이다.
이화그룹은 주주연대를 활용하기만 했다. 임시주총을 통과시키기 위한 지분이 부족했기에 그 과정에서 주주연대에 협조를 요청한 것. 이 역시 예정됐던 임시주총 전일 협조를 요청하며 과정 상에서도 잡음을 발생시켰다.
이달 말에 예정된 정기주총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화그룹은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시, △한국거래소(혹은 코스닥 협의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2명 △대한감사협회가 추천한 감사 1인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및 범주주연대 대표 등 주주연대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를 떨어트리기 위해 악명 높은 의결권 수거 전문 업체를 고용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김현 대표 등 주주연대의 사외이사 진입 가능성은 낮지 않다. 이화그룹 주주연대의 집결력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김 회장에게 배임·횡령 혐의가 발생해 자금이 묶인 소액주주만 적어도 38만 명이다. 그리고 자금은 1000억원이 넘는다. 액트 내에서 지분율 순위 2위, 3위, 10위가 이화그룹의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이다. 이화그룹 주주연대는 14일 기준 △이화전기 24.38% △이아이디 21.28% △이트론 13.95%의 지분을 확보했다. 다만, △이화전기 25.24% △이아이디 25.51% △이트론 29.95%(공시 기준)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과 비교할 때는 다소 밀린다.
뿐만 아니라 김 회장의 보석 취소 후 재구속을 위해 주주 연대는 상당한 양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김 회장의 재구속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김 회장의 재구속을 위한 보석 취소 탄원서에 1만 250명이 서명했다"면서 “개인 주주들이 개별적으로 제출한 보석 취소 탄원서 역시 1000장 정도 들어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