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내년 최소 하루 100만배럴 과잉공급”
반면에 글로벌 원유재고는 IEA 예상보다 크게 줄어
실수요 반영한 새 보고서 발표 가능성…‘유가 약세론’ 힘 잃을 듯
내년 글로벌 원유시장에 예고된 역대급 공급과잉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 분석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공신력 있는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관의 원유재고 예측치가 실제 집계된 수치를 크게 밑돌은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는 글로벌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국제유가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달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를 하루 100만배럴 이상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가 다음달 회의에서 감산을 중단할 경우 과잉공급될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IEA는 예측했다.
보고서는 내년 수요 증가폭은 하루 99만배럴에 불과하지만 미국, 브라질 등 비(非) OPEC+ 산유국에서만 하루 150만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OPEC+가 현행 감산을 앞으로 유지하더라도 내년 글로벌 공급이 수요를 하루 100만배럴 이상 초과할 것이란 게 IEA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어 지난 9월 글로벌 원유재고가 4750만배럴 급감한 것으로 집계, 올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원유재고가 3640만 감소한 27억9900만배럴로 나타났는데 이는 5년 평균치를 9530만배럴 밑도는 수치라고 IEA는 전했다. IEA는 또 글로벌 원유재고가 10월에도 감소,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같은 원유재고의 감소세가 IEA 예상보다 훨씬 가팔랐다는 부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IEA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3분기 글로벌 원유재고가 하루 116만배럴 가량 줄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는 그러나 IEA가 당초 예상한 재고 감소량인 하루 38만배럴을 크게 웃돈 수치다. 잠정치와 예상치간 격차는 폴란드의 하루 원유 수요와 맞먹는 규모로, 3개월 기준으로 보면 약 7000만 배럴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글로벌 원유수요가 IEA의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IEA가 고수해왔던 '국제유가 약세론'에 힘이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월간 보고서를 통해 과잉 공급 리크스가 만연한 상황에서 수요공급 균형이 더 느슨해지면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불안 등에 따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가가 하락 안정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IEA 측은 3분기 원유재고 잠정치와 예상치의 격차가 이같이 크게 벌어진 것과 관련해 재고 자료가 누락되거나 명확하지 않은 국가들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만큼 IEA는 실제 재고 감소 추이를 반영한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재고 감소에 따른) 실종된 배럴과 관련해 불일치한 수치가 나오고 있다"며 “IEA의 원유 수요 전망치가 상향 조정돼 수요공급 균형이 유가에 덜 약세적인 방향을 가리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닷컴은 “3분기 원유재고가 훨씬 더 가파른 속도로 감소된 것으로 확인되자 내년 (IEA가 예측한) 과잉공급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고 짚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엽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물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96% 상승한 배럴당 70.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가 종가 기준으로 70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 8일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 인도분 가격 역시 전장 대비 1.95% 오른 배럴당 74.23달러에 마감했다. 이달 7일 이후 가장 높은 종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된 것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글로벌 원유 수요 약화 우려가 가시지 않다는 이유로 유가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러-우 전쟁의 양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만 유가가 그렇게 크게 반응하고 있진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 원유 수요 약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IA자산운용의 콜린 치에시스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러-우 사태가 “오늘처럼 짧은 폭발로 시장에 영향을 줘왔지만 지속되지는 않았다"면서 “2022년 전쟁이 시작됐을 때 유가는 100~12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공급 우려보다 약한 수요가 여전히 내게는 더 큰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IEA가 향후 보고서를 통해 원유 수요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거나 과잉 공급분을 낮출 경우 국제유가 상승에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