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서 맞대결···공략법은 제각각
전기차·하이브리드 앞세워 안방 공략 강화
현대자동차와 토요타가 전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브라질·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도 연이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정면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두고 한일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전기차,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를 각각 앞세워 서로의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나란히 브라질 생산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2032년까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 공장을 증설하고 친환경 수소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생각이다. 2012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브라질 공장은 연간 21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지녔다.
이런 상황에 토요타는 브라질에 110억헤알(약 2조9000억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50억헤알(약 1조3000억원)은 2026년까지, 나머지 60억헤알(약 1조6000억원)은 2030년까지 넣는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 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브라질은 2022년 기준 인구 2억1000여명(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1조9200억 달러(11위)의 남미 최대 경제국이다. 완성차 생산량 세계 8위이자 내수 6위의 시장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지난 2020년부터 브라질 판매 순위에서 4~5위를 번갈아가며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는 토요타(19만2309대)가 현대차(18만6247대)보다 6000여대 더 많이 팔았다.
양사는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인도에서도 격전을 예고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에서 역대 최다인 108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이 곳을 글로벌 최대 생산기지로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 1년간 3차례에 걸쳐 발표한 현지 투자 규모만 해도 5조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인도 생산법인(HMI)이 있는 타밀나두주와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2032년까지 10년간 2000억루피(약 3조20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인도 타밀나두주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 지원과 수소 밸리 혁신 허브 구축에 618억루피(약 99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달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탈레가온 공장 자산 인수를 완료하는 동시에 마하라슈트라주에 600억루피(약 9600억원)를 넣겠다고 했다.
현대차보다 인도에 늦게 진입한 토요타 역시 제3공장 설립을 위한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토요타가 4억달러(약 5300억원) 이상을 베팅해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6%대 견조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시장도 2021년 대비 13%가량 확대됐다. 부가가치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놓고 보면 2020년 70만대였던 판매 규모가 작년 200만대로 급성장했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미국, 유럽 등 기존 선진 시장에서도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앞선 전동화 기술력을 앞세워 전기차 신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중점을 두고 관련 마케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이르면 올해 안에 일본에 캐스퍼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2년 일본 재진출을 선언한 이후 아이오닉 5 등을 비대면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지만 현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선호도가 높은 경차를 투입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구상이다.
토요타는 2019년 '노재팬' 열풍 후폭풍을 이겨내고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 1~2월 한국에서 1917대의 차를 판매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토요타는 같은 기간 1522대를 팔아 5위를 차지했다. 토요타의 이 기간 실적은 전년 동기(960대) 대비 58.5% 뛴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전기차,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에 강점이 있다는 게 향후 판도를 바꾸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