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토허제’ 논란…무용론 vs 투기억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0 10:12

토허제 묶인 ‘압·여·목·성’ 최근 아파트가격 최고가 경신
실거주 해야 하는 토지거래허가제 구역서 지속 신고가
토허제, 현재는 주택거래허가제로 변질…개선 요구돼
서울시 심사숙고…다만 시장 흔들 수 있어 해지 불투명

압구정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서울 압구정에서 신고가 경신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둘러 싼 존폐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토허제로 묶인 지역에서 주택들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무용론'이 제기되는 반면 애초의 투기 방지 목적을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 압구정 아파트 이달 또 신고가 경신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투기성 거래가 성행하거나 재건축을 앞두고 지정된 서울 시내 토허제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1, 2차(압구정 3구역) 196㎡ 13층에서 80억원 최고가가 나왔다. 종전 가격은 지난해 10월 67억원이었는데 4개월 만에 13억원이나 훌쩍 뛴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중 4곳(8561가구)이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인 만큼 압구정 아파트에 더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압구정현대 전담팀을 꾸리고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거는 중이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도 각각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워 참전을 할 모양새다.



압구정 외에도 양천구 목동과 성수동 등지에서 최고가 경신이 나왔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5단지에서 지난 2월 95㎡(35평) 2층이 최고가 2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또 목동신시가지9단지에서도 같은달 156㎡(55평) 11층이 28억원에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11월 26억500만원, 12월 27억7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성수동 장미 아파트에서는 53㎡(19평)이 16억55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거래는 직거래 13억7000만원이 최고였다.




강남구 압구정,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 지구,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이 지역은 모두 내달 26일 1년 기한인 토허제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곳들이다.


◇ 토허제, 취지 변질…해지는 불투명

본래 토허제는 해당 지역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하려면 계약 전에 시도지사의 허가가 필요하다. 토허제로 지정되면 부동산 매수 후 실거주나 직접 운영해야 하므로 세입자를 낀 갭투자 등은 들어올 수가 없다. 서울에선 압구정 외에도 잠실과 삼성, 청담동, 대치동이 지난 2020년 6월 지정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단 비아파트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토허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법이 규제 위주로 진화했다. 1979년 무분별한 토지개발로 인해 투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나온 토허제는 2005년 노무현 정부 시기 재개발 시장에 도입됐고, 문재인 정부 당시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상승 또는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토지 거래를 제한하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돼 투기성 거래가 드물고, 재건축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토허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토허제는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후 착공에 들어가기 전까지 거래를 제한해 투기가 성행할 것을 방지하는 것인데, 현재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착공 시점이 불분명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적용 지역의 집 값을 자극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토허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를 전용하고 있고 거래가 제한이 되면 오히려 해당 지역 집값만 더 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토허제가 처음 취지와 다르게 변형된 부분이 있고, 서울에 적용하는 것는 맞지 않아 해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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