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이드라인 기다리는 업계…환급률 더 낮아질까 ‘긴장’
업계, 경영인정기보험·제3보험 등 대안상품 이동 움직임도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환급률의 추가 인하를 놓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경고를 거듭하고 있는데다 세제 혜택 지적까지 불거지고 있어 해당 보험상품을 둘러싼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환급률 120% 대로 판매 중인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 인하를 고려 중이다. 올해 초 7년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해지 환급률을 130%대에 팔아왔던 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의 제재로 환급률을 120%대까지 낮춘 상태다.
그러나 조만간 환급률이 110%대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관측된다. 업계는 앞서 자료제출 요구 시스템(CPC)을 통해 금감원에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제출했다. 당국은 '무·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 상품개발 및 판매 관련 감독행정 협의 안내문'을 생보사들에 발송했다.
금감원은 초안에 대한 생보사의 의견을 최근 취합한 가운데 단기납 종신보험 관련 정식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앞서 협의문을 받아들었던 업계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을 110%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당국발 공문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만일의 경우 환급률을 낮추라면 낮춰야 하니까 대비는 하고 있다"며 “일단 당장 내리지는 않고 동태를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절판마케팅을 우려하는 당국의 압박은 최근 더욱 거세졌다. 지난 17일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높은 수준의 단기 환급률만 보고 가입하면 중도 해지 시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적어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고환급률 상품의 판매를 두고 금융당국의 대응 또한 더욱 강경해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며 자율시정 노력이 미흡하거나 보험계약 유지율이 낮아 부당승환 우려가 높은 보험회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해서는 현장검사에 나서는 등 모든 감독·검사수단을 통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재가 강한 반면 판매현장에선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다며 절판마케팅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에는 '환급률 120%마저 놓친다', '이번달이 마지막 기회' 등 마케팅상 가입을 부추기는 문장들로 홍보를 벌이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비과세 논란도 고개를 든 상태다. 국세청은 지난달 기재부에 비과세 적용 적정성에 대한 예규 판단을 신청했다. 납입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해지환급금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가 과세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보험사들은 향후 환급금에서 세금을 제외하고 가입자에게 내주게 된다. 비과세 혜택으로 단기납 종신의 판매를 벌여온 보험사들로선 대거 민원 접수 예상 등 여러 난감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보험업계 사이에선 제재가 과하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불완전판매와 건전성 리스크를 경계하기 위한 당국의 자정 요구에는 공감하지만 상품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과정까지 가는 것은 성장성 한계에 직면한 업계로선 부당하게 느껴진다는 시각이다.
거센 불완전판매, 건전성 우려와 비과세 이슈 등에 맞물려 업계에선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에서 시선을 돌리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제3보험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품 개발 유연성을 확대하고 소비자 수요가 많은 신규 담보 발굴을 지원하겠다"며 생보사들의 제3보험 시장 공략 지원을 공식화했다.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단기납 종신보험상품을 대신해 경영인정기보험 등이 주력 판매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경영인정기보험의 5·7·10년 시점 환급률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삼성생명은 앞서 올해 목표로 종신·건강보험 통합 1위 달성을 내걸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생보사들로부터 또 다른 대안 상품에 높은 시책 등 판매상 드라이브가 걸리는 분위기다"며 “단기납 종신상품에서 벗어나 다른 상품에 주력하도록 시선을 돌리는 분위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