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투, 기습적 ‘이사 수 제한’ 정관 변경… “도둑이 제발 저리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5 15:54

-CGCG 이사 수 선임 ‘반대’ 의견… “소액주주와 이해상충 우려 확대”
-저 PBR 대표주인 DB금투 1년간 증권사 리포트도 없어… 자발적 소외?
-업계선 경영권 안정적인 DB금투, DB하이텍 보고 놀라 이사 수 변경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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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금융투자가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린 이사 수 제한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줄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 PBR 종목 중 하나인 DB금융투자가 주가 부양 의지보다는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결정을 했다는 지적이다.




26일 DB금융투자는 42회 정기주주총회에 △현금배당안을 포함한 재무제표 등 승인의 건 △이사의 수에 관한 규정 개정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사외이사 포함) 선임의 건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안건은 총 이사의 수를 기존 9인 이하에서 5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제21조(이사의 수 및 선임방법)의 변경 건이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효율적 의사결정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매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이하 CGCG)에서는 “정관 개정으로 이사회 구성의 상한이 축소되면 소액주주들이 추가적인 이사선임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CGCG는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권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는 정관 변경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사 수 제한'은 직관적으로도 주주의 권리 중 하나인 공익권(Public Rights)을 축소한다. 상법 상 주주는 이익 배당 청구권, 신주 인수권 등 자익권 (Individual Rights)과 의결권, 재무제표, 정관 등의 열람 청구권 등 공익권을 보유한다. 그런데 의결권이 있더라도 정관에 의해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다면 의결권은 무의미해진다. 26일 DB금투 정총에서 안건이 통과된다면 향후 DB금융투자의 소액주주가 50%+1주를 획득하더라도 이사 수 제한 때문에 이사들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이사를 해임을 제외하고는 이사 선임과 관련한 안건을 올릴 수 없게 된다.


주권이 훼손될 우려가 생김에 따라 DB금투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상충 소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DB금투는 저PBR 대표 종목 중 하나다. 22일 네이버 기준 DB금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20배로 △미래에셋 0.46배 △삼성증권 0.56배 △유안타증권 0.36배 △한양증권 0.30배 등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기업의 주가는 저평가 됐지만, DB금투는 와이즈리포트 기준 지난 1년간 증권사 보고서를 한 차례도 내지 않는 등 주가 부양의 의지도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주총 안건 상정 역시 연장선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렇다고 DB금투의 경영권이 위협받은 소지는 극히 드물다. DB금투는 주주연대가 특별히 활동하고 있지도 않고,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지난해 말 기준 33.67%에 달한다.




그럼에도 DB금투가 이사 수를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한 배경에 대해 금융투자 업계는 DB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DB하이텍 효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DB하이텍은 DB금투처럼 28일 개최 예정인 71기 정기 주총 때 이사의 수를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DB하이텍이 이사 수를 제한하는 이유는 소액주주 및 KCGI와 같은 행동주의펀드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DB하이텍 주주연대는 그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DB하이텍 주주연대는 DB메탈 합병을 반대했고 김준기 DB그룹 회장을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추진하기도 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DB금투의 이사 수 제한 안건은 도둑이 제발저리는 모양새"라면서 “이사 수를 제한해야 하는 특별한 개연성이 없음에도 관계사인 DB하이텍이 안건을 올리자 함께 안건을 올리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은 자본시장에 늘 잠재되어 있고 회사행위를 통해 구체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결국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치고 시장기능을 약화 내지는 상실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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