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넘어 운영까지, 건설업계 데이터센터에 꽂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31 12:00

부동산 경기 침체 이어지면서 대형건설업체들 진출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시장 연평균 6.7%씩 성장 전망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향후 사업 변수

경기 안양시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경기 안양시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신사업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기획부터 개발, 운영까지 사업 전반을 다루면서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로서의 사업영역을 데이터센터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주택 부문에 집중됐던 건설 디벨로퍼 영역을 데이터센터로 확장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다수의 정보통신 데이터를 일정 공간에 모아 통합운영 관리하는 시설이다. 안정적 전력공급과 통신연결, 냉각설비, 보안시스템이 요구돼 일반 건축공사와 비교해 진입장벽이 높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초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일대에 '에포크 안양센터'를 준공, 데이터센터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에포크 안양 센터는 지하 3층~지상 9층 총 40MW(메가와트) 용량 규모의 시설로 약 10만대 이상 서버를 갖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2만2500㎡ 수준에 최소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갖춘 곳을 말한다. 10년 전부터 데이터센터를 시공해 온 GS건설은 에포크 안양센터 준공으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 △하나금융그룹 IDC 등 총 10건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연면적으로는 총 약 40만㎡에 달해 건설사 데이터센터 최다 준공 실적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협업해 데이터센터 필수 설비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물산이 개발한 냉각시스템은 열을 방출하는 효율이 공기·물로 냉각하는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이어서 전력 소비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설계부터 시공, 장비 공급, 핵심 인프라 설치까지 일괄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삼성물산은 기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도 2020년 사내 스마트데이터센터그룹을 구성하는 등 사업을 확장한 가운데 지난해 6월 싱가포르 기업 디지털 엣지와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1조원 규모로 SK에코플랜트는 개발부터 EPC(설계·조달·시공)까지 책임진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신사업으로 데이터센터 개발 및 운영사업을 낙점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데이터센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으며,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데이터 산업의 전후방 역량을 보유한 기업과의 협업 및 연계 사업의 시너지 등을 고려하며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신사업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시장은 향후 전망이 밝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5조원에서 연평균 6.7%씩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도 작년 말 국내 데이터센터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5.9%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소음, 열섬현상, 전력과부하 등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사업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GS건설이 지난해 11월 추진해 온 경기 일산서구 덕이동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인근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건설 반대 현수막 설치, 탄원서와 민원 제기, 고양시청 등에 대한 항의 전화 등 집단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건립되는 지역마다 주민반발이 강하게 일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사업을 진행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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