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간 모두 실패…정치적 득실 따질 줄 몰라서 개혁 추진하는 것 아냐”
한동훈 “국민 건강 직결됐기에 숫자 매몰될 문제 아냐…폭넓은 협의 필요”
의사들 일제히 비판…노환규 전 의협회장 “또 거짓 주장, 그게 권력 횡포”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합리적 대안 없이 반대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며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정부와 의료계가 정부의 '2000명 증원' 규모를 놓고 양보 없는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이 증원 규모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었으나, 정부가 일관성있게 주장해온 '2000명 증원안'이 산출되기까지 충분한 논의와 계산을 거쳤다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하여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이고,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2000명 증원 불가론에 대해선 “인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그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단계적·점진적 증원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애초에 점진적인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20년 후에 2만명 증원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부터 몇백 명씩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면 마지막에는 1년에 4000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대 지망생의 예측 가능성과 연도별 지망생들 간의 공정성을 위해서도 증원 목표를 산술평균한 인원으로 매년 증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의대 증원을 위시한 의료 개혁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7년 동안 반복한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다"며 “지난 27년 동안, 국민의 90%가 찬성하는 의사 증원과 의료 개혁을 그 어떤 정권도 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고, 오히려 줄였다"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의 요구에 굴복해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51명이나 감축했고, 미용 성형 의료로 의사가 매년 600~700명 가까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을 중심으로 의료 개혁 백지화,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요구하는 데 대해 “(의협은)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그 누구도 특권을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며 복귀를 거듭 요청했다.
미복귀 전공의들을 향해 진행 중인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두고는 “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전공의들은 통지서 송달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 지원유세 도중 윤 대통령의 의대 증원 대국민담화와 관련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의료계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서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드렸다"며 “국민이 원하는 그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의사단체나 현장의 의사들은 윤 대통령의 담화를 일제히 비판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담화문 전문을 올리고 “대통령은 예상했던 대로 물러섬이 없다"며 “그런데 그는 또 거짓 주장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편향된 정보의 제공, 그것이 권력의 횡포"라며 “당신의 말씀대로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의 면허를 정지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의료가 마비된다면 당신이 말하는 정치가 잘못된 것이다. 온 국민이 알고, 당신만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