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내 공급망 기여도 첫 반영…BYD ‘탈락’
판매 넘어 국내 생산·고용·부품 조달까지 해야
전기차 산업 커질수록 공급망 평가 단계적 강화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에 '국내 공급망 기여도'를 반영하면서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중심이 소비 진작에서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새 기준이 처음 적용된 평가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비야디)'가 탈락하며 정책 변화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도 하반기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결과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이전까지는 차량 성능과 가격 등을 기준으로 판매가 8500만원 이하 대부분의 전기차에 대해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기후부는 지난 5월 한층 더 세분화된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이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술개발 역량(10점), 국내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 (15점), 사후관리 지속성 (20점), 안전 관리 (15점) 다섯 개 영역이다. 100점 만점에 총점 60점 이상을 받아야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평가 결과, 전기 승용차 부문에서는 현대차, 기아, 볼보, BMW, 테슬라 등 10개 업체가 선정됐다. 대부분의 수입 전기차 업체가 올해 하반기에도 보조금을 지급 받게 된 것이다.
유일하게 제외된 업체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BYD의 등록대수는 4652대다. 전체 26개 브랜드 중 4위다. 지난 2월 출시한 소형 전기차 '돌핀(Dolphin)'도 같은 기간 2747대 팔리며 전체 판매 대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1년여만에 주목할만한 판매량을 달성했지만, 당장 이달 1일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그 금액만큼 소비자의 구매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BYD 측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7월 한 달간 지난 보조금 수준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원해드리는 '친환경 무공해 차량 고객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월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공개한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표.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당락을 좌우한 결정적 요인은 '국내 공급망 기여도(40점)' 영역이다. BYD는 다섯 개 평가 영역 중 이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부품 공급을 위한 협력업체 네트워크, 공동 연구개발 인프라 등을 갖춰 보조금 지급 기준을 통과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박판규 탈탄소수송혁신과장은 “BYD는 국내 부품을 쓰는 비율이나 국내 고용 창출 같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른 브랜드와 차이가 났다"고 했다. 차량 판매를 통한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 국내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평가에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의미다.
국내 공급망 기여도 영역은 ▲생산 및 공급 역량(10점) ▲부품산업 전환 기여(10점) ▲지역 공급망 안정성(10점) ▲고용 창출 효과(10점) 등 네 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국내 생산시설 운영 여부와 국내 부품 사용 비중, 협력사 공동 연구개발, 국내 고용 규모 등을 반영한다. 사업자가 국내 전기차 가치사슬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평가 기준이 바뀐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자동차 산업 구조의 변화가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에 따르면, 2011년 전기차 보급 사업이 시작될 당시 1만 2000대(점유율 2.5%)에 그쳤던 연간 전기차 보급 대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연간 20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내연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정책도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초기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까지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박판규 탈탄소수송혁신과장은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 같은 환경적 요인을 위해 단순히 보급 대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서 더 전체적인 부분, 산업적인 요소와 고용 창출 효과까지 함께 본다"며 “전기차 산업이 커진 만큼 자동차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심사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각 업체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 위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성 평가 위주였다면, 이번 평가부터는 정량 평가 비중을 높였다. 예를 들어, 고용 창출 부문에서 국내 사업장 고용 인원이 300인 이상이면 10점, 200인 이상이면 8점을 부여한다. 박 과장은 “과거에는 고용 창출 효과를 평가하더라도 100명이 적절한지, 1000명이 적절한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올해부터는 고용 규모 등 항목별 기준을 수치화해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공급망 기여도 평가를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박 과장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만큼 평가 기준은 매년 보완할 예정"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공급망 기여도 평가는 단계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